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교수 윤 형 숙

영산포 가면 홍어의 거리가 있잖아. 일제 강점기 때 흑산도 주민들을 강제이주를 시켰거든. 강제이주를 겪으면서 그 아마 나주에 가면 흑산도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살았던 마을이 있을거야…. 이름은 나도 모르는데 따로 흑산도 주민들이 함께 살았던 마을이 있어… 그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래서 나와서 홍어를 잡았지. 일제강점기 때. 그런데 흑산도에서도 못 사니까 나주의 그 마을을 가지. 그 마을에 가니까 홍어는 이미 삭혀질 대로 삭혀진 것이지…. 그래서 홍어가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 서울까지 진상품으로 보내잖아. 그런데 서울 가면서 숙성이 된 거야. 한 달이 걸린다고 하던가… 서울이나 한양에 사는 사람들은 홍어 하면 흑산도다, 그리고 남도 음식이다 이렇게 된 거야…
오○종, 남, 39세, 목포 출신

일제시대에 나주 영산포가 곡식 뿐 아니라 어류의 집산지이자 중심 거래지였지요. 모든 풍선배들이 영산포까지 올라왔지요. 영산포에 등대가 있는데 강 상류에 등대가 있는 곳은 우리나라에서 여기 밖에 없어요. 배가 영산강을 거슬러 영산포까지 거슬러 올라 올 때 흑산도 홍어가 삭혀졌어요. 나주 근처의 여러 지역에서 삭힌 홍어를 먹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란 말입니다. 그런 삭힌 것을 먹어보니까, 기가 막히게 맛있는 것이예요.
최○철, 40세, 목포 출신

시대적인 배경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한 가지 공통된 것은 흑산도에서 영산포로 오는 과정에서 차츰 숙성되었으며 나주 영산포 지역에 왔을때는 자연적으로 매우 숙성된 홍어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주 홍어가 삭힌 홍어의 원조라는 것이 재발견되고 강조되면서 과거에 배가 들어오던 영산포구가 가까운 거리에 홍어를 취급하는 가게와 음식점들이 들어서게 된다. 거리의 이름도 ‘홍어의 거리’로 바뀌었고, 홍어축제도 열린다. 홍어의 거리에 가면 삭힌 홍어 냄새가 진동하는데 이것은 나주 영산포가 삭힌 홍어의 본거지임을 나타내는 후각적, 미각적 신호이기도 하다. 특히 안○현 사장은 자신의 음식점 이름을 ‘홍어○번지’라 하여 진짜 홍어음식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홍어의 거리에서 파는 홍어의 대부분은 수입산 홍어이다. 안○현 사장은 자신이 나주라는 상호를 내고 취급하는 판매물량이나 홍어의 거리에서 파는 음식 중 국내산 홍어는 총 1~2%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음식판매량의 총 1~2%도 되지 않는 국내산도 백령도나 인천 등에서 사오는 것이라 한다. 흑산도 홍어는 생산량이 적을 뿐 아니라 값도 백령도, 인천 등지에서 오는 홍어에 비해 매우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나주가 삭힌 홍어의 원산지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한다.

전라도 삭힌 홍어의 미묘한 맛에 대한 담론이 회자되면서 삭힌 홍어를 맛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특히 관광객들은 전라도 체험의 하나로 ‘현지에서’ ‘진짜’ 전라도식의 삭힌 홍어를 맛보고자 한다. 홍어를 맛보는 것은 전라도 문화의 맛을 보는 하나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싱싱한 홍어를 먹었던 흑산도와 나주보다 덜 삭힌 홍어를 먹었던 목포지역에서도 ‘코가 뻥 뚫리고, 입천장이 헐렁 벗겨지는’ 삭힌 홍어를 판매하게 된다. 삭힌 홍어를 찾는 사람들에 대해 목포의 한 홍어 판매업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목포는 홍어를 중간 정도 발효를 해서 싱싱하고 아주 찰지고 담백할 때 많이 드는 것인데, 색깔도 아주 담백하고 찰진 것을 원하지. 영산포 쪽에서는 색깔도 뭣도 필요없고. 그냥 매운 것, 얼큰한 것, 톡 쏘는 거 이것만 선호를 해… 그런데 홍어를 모르시는 분들은 홍어는 무조건 얼큰하고 매운줄 알고…
목포 유○상회 주인, 56세

5. 홍어의 토속성과 고유성의 재생산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전라도 사람들이 일상에서 홍어를 어떻게 소비했는가를 검토한 후 국내산 홍어의 생산이 감소하면서 홍어가 고가의 별미 요리가 되어 가는 과정과 함께 수입산 홍어의 대중화와 소비과정에서 전라도 정체성이 강화되는 과정을 논의하였다.

홍어요리가 상품화되는 과정에서 전라도 지역 내에서 다양하게 조리되고 소비되던 홍어가 삭힌 홍어와 삼합요리라는 특정 요리로 특화되는 과정을 기술하였다. 삭힌 홍어의 상품화와 소비의 확산은 ‘독특하고 토속적인’ 그러나 ‘너무 낯설어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을’ 홍어요리를 만들어야 하는 이중적 숙제를 홍어요리 판매자들에게 안겨 준다.

삭힌 홍어가 진정한 전라도식 홍어 요리로 인식되면서 홍어라는 식재료의 원산지보다는 삭히는 기술과 과정이 강조된다. 주로 수입산을 취급하는 나주가 전라도식 홍어요리의 원조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숙성 홍어의 효능이 강조되면서 진정한 전라도식 홍어는 “코가 뻥 뚫리고, 입천장이 확 벗겨지게 푹 삭힌” 홍어로 인식된다. 원산지에서 거의 날 것 상태로 소비된 ‘진짜 흑산도’ 홍어가 더 전라도식이 되기 위해서는 가장 많이 그 성질이 변해야(삭혀져야) 하는 것이다. 레비스트로쓰의 표현대로 하자면 날 것(raw)에서 요리된 것(cooked) 것으로, 자연상태(홍어라는 음식재료)가 문화상태(전라도 음식)로 변형되어야 하는 것이다. 삭힌 홍어는 썩은 요리와는 구별된다. 삭힌 홍어가 삭히는 과정에 대한 지식과 조리 도구를 통해 문화적으로 변형된 요리라면 썩은 홍어는 자연적으로 변질된 것이기 때문이다. 수입산 홍어를 취급하는 나주가 삭힌 홍어의 원산지임을 주장하는 것도, 우리나라 홍어 명인 1호를 배출 할 수 있는 것도 날 것을 숙성된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삭히는 기술과 음식문화 전통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