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에 대하여

논설위원 김 노 금

민족의 대 명절 추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사람이 변변치 못해서인지 이 나이가 다되도록 소위 말하는 명절 증후군을 앓느라 덩치는 남의 두 배가 다 되는 큰며느리라는 사람이 또 가슴이 벌떡 거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네 마음씀씀이가 그리 밴댕이 속 같았냐” 시며 딱해 하시는 친정어머니의 말씀마따나 오십이 훨씬 넘은 나이임에도 내 좁아터진 속알머리는 명절 때만 되면 늘 이런저런 일에 스스로 상처를 긁어 만드는 고질병이 있다.

▲ 논설위원 김노금

모든 것에 대해 공평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한두 가지만 있어도 어이없을 정도의 분노가 나는 것이다. 

TV나 신문 잡지 등 모든 매체에서 공정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고 있다. 가정 안에서건 조직 안에서건 그리고 국가의 모든 지역에 대한 인사나 예산 등의 배분에 있어서 간에 특정한 한 개인에게나 지역 등에 편파적인 치우침이 있다면 그 가정과 조직 그리고 국가는 이미 심각한 균열 현상이 일어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언제 어떤 형태로든 거기에 대한 반작용은 일어나게 되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니겠는가 싶다.

최근 권세 높으신 분들이 물러날 때를 놓치고 어떻게든 권력의 끈을 붙잡고 있으려다 결국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여러 명의 추락 중에 30년간 엘리트 외교관의 길을 걸어온 끝에 외교 수장의 자리에 올라 현 정권 최장수 장관의 영예를 안았던 유명환 장관은 딸의 5급 특채와 더불어 더욱 스타일이 구겨져 버렸다. 그는 자신의 딸이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당당히 채용 된 것이라고 항변 했다. 하지만 선발기준까지 바꾸고 내부 심사위원들이 밀어주기 평가를 하고 얻은 5급 자리는 이 땅의 젊은이들을 다시 한 번 절망하게 했다. 학자금 대출도 갚지 못하고 지하 월세 방에서 눈물 젖은 빵을 뜯으며 열 번도 스무 번도 더 시험에 떨어져야만 했던 우리들의 아들, 딸들에게 우리는 장관 부모가 되어주지 못함을 눈물로 빌고 또 빌어야만 했다.

그의 말대로 남들보다 특출나다는 어학능력도 따지고 보면 외교관의 딸로 태어나 남보다 백배 천배 영어를 익히기 좋은 환경에서 받은 엄청난 특혜라고 말할 수 있다. 개인의 능력이나 소질도 이 쯤 되면 누가 워래도 그의 가정환경의 산물 인만큼 다른 이들과의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부분을 1,2점이라도 마이너스 점수를 주고 시작해야했을 일이 아니었나 싶다.

국민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자신의 유임이 결정된 그 이후 맨 먼저 한 일이 딸의 5급 특채였을까 싶다.

도무지 지체 높으신 분들의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부분이 이 러한 부분이었던 것 같다. 힘 있는 분들에 의해 자행되어온 불공정한 게임의 룰은 그동안 수도 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수도 없이 공공연하게 자행되어 왔음을 우리는 너무나 많이 목도해 왔다. 이런 저런 이유와 폐단을 들어 차츰 폐지하겠다는 고시제도도 이쯤 되고 보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또 지들만의 뭔 잔치를 할려고 저러나 하는 의혹을 가질게 뻔한 일이다. 

패쇄된 조직의 행태를 보여준 외교 통상부의 노골적인 특혜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이 참담하기 그지없는 것은  국가의 인사 잣대가 이토록 공정 하지 못할 수가 있는가에 대한 것일 것이다. 이런 것들을 바로잡지 않고 엉뚱한 민간인 사찰이나 하고 있는 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도 답답하기는 일반이지 싶다. 공정하지 못한 자식사랑과 조직관리 그리고 국가 경영은 늘 불씨를 잉태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명절 증후군을 심각하게 앓고 있는 이들의 소리가 들린다. 요즘에는 어쩐 일인지 며느리 못지않게 남편들도 이 병을 앓는다는데 이는 그만큼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내기가 버거운 이들이 많아져 간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조금이라도 소외받고 차별받는 자식이 없는지 다시 한번 살피는 지혜로운 어버이의 심정으로 가정을 관리하고 국가를 경영 한다면 이 아픔들이 조금은 가셔질까 싶다. 공정한 기준, 공정한 잣대라면 아무리 어려운 일도 어떠한 고통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겠지만 그것이 내 맘대로 잣대라면 곤란하다. 가족 구성원들, 특히 며느리들에 대한 지혜로운 관심과 살핌으로 올 명절은 어느 가정이나 웃음꽃 피는 복된 명절이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