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

논설위원 김 노 금

 가을 들어 여러 모습의 여성문제에 관한 크고 작은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여성이니 당연한 일 일수 있겠으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일마다 모두 시대적 상황들을 대변하는 사안들이어서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온 국민을 열광케 한 최고의 가수왕 슈퍼스타 K2의 최고 우승자를 뽑는 최종 결승전을 앞둔 세 사람 중 여성 네티즌들의 표가 결코 여성표로 가지 않을 것임이 확실하다는 메스컴의 부추킴을 보면서 결과에 상관없이 또 오지랖 넓은 염려가 시작 되었다. 모든 관심이 여성 후보를 제외한 존 박과 허각이라는 청년들에게만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 논설위원 김노금

그 누구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에서 남성 둘에 여성 하나라는 구도는 어쩌면 실력이 조금 모자라다 싶어도 어쩌면 관심과 이목을 여성에게 집중 시킬 수도 있었을 법하다.

하지만 대세의 큰 흐름을 바꾸어 버리는 메스컴의 부추킴을 보면서 내가 느낀 우울함과 답답함은 참으로 큰 것 이었다. 슈퍼스타 K2의 심사기준에 그나마 재력과 인맥보다는 심사위원들의 공정성과 엄격성을 긴 시간 동안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수긍했기 망정이지 이러한 분위기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또 하나는 차마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기간제 여교사의 중학생 제자와의 부적절한 관계 기사였다. 거의 한 주간에 한 건 이상 터지는 남자교사의 여학생 사건이라면 이토록 무자비 할 수 있을까 싶게 뭇매를 가하는 상황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잘못을 저지른 여교사의 기사만 해도 많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었다.

그 여교사의 가족 상황까지를 인터넷에 도배를 하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옳을까 싶다. 남편들과 자식들의 사진까지 신상이 공개되는 상황은 이 나라에서 여성의 이름으로 살아가다 잘못을 저지르면 이러한 응징을 받는다는......, 마침 TV에서는 미모의 여성 대통령을 주제로 한 대물 이라는 흥미로운 드라마 때문에 어느 자리에서나 나름의 정치적인 견해를 가감 없이 피력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이의 대화의 결론은 결국 여자가 여자를 찍지 않기 때문에 현실정치에서는 어려울 것이다라는 것이다.
 
며칠 전 오랜 세월을 같이하는 이들과의 모임에서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 몇 마디의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있었다.
 
그렇게 된 이면에는 여자들의 시기나 질투 때문이 아니다. 남성 우월위주의 가부장적인 시대를 살아오면서 주입되고 학습되어 여성들의 핏속에 흐르고 있는 여자는 안된다는 자기비하의식을 아직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항변에 자기네들 끼리만의 묘한 눈빛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다. 그  눈빛과 웃음을 보며 아! 아직도 많이 멀었구나라는 절망감과 막막함은 지금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의 깊은 아픔으로 자리하고 있다. 칠흙같은 밤이 깊어도, 또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오고 있음을 기억 할일이다. 선진국의 예뿐만이 아니라 우리보다 훨씬 못사는 나라에서도 오직 여성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각종 사회보장의 혜택이 여성을 우대하고 뒷받침을 해 준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아직도 우리의 아내를 딸과 며느리를 바라보는 심정 깊숙이 뿌리박힌 이런 의식을 버리지 못하는지.

무언가를 시도하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움츠러드는 여성들의 자기비하도 딱 한 일이다. 벌써 사법시험에 사상 첫 40% 여성 합격자들의 낭보가 신문지상을 도배하고 있다. 세상의 반이 여성이다. 생명을 잉태하고 그 생명을 낳아 온전한 인격체로 길러내는 참으로 거룩하고 성스러운 사명을 감당해 내는 이가 여성이다. 도전하고 실패하고 넘어지더라도  결코 두려워 말라. 우리가 낸 그 길을 우리의 딸들이 뒤따라옴을 명심하자. 다시 한 번 울며 씨를 갈자.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소쩍새는 봄부터 저리 울었다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