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相喜

눈이 예쁜 조카가 올케 품에서 젖을 먹는 모습이 너무도 예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무엇일까?

바로 어린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내가 올케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는 모유로 아이들을 기르는 푸근한 모습 때문이다.

요즘 새댁들은 결혼하여 아이를 낳으면 젖을 먹이려고 하지 않는다. 젖을 먹이면 가슴이 예쁘지 않고 몸매가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생아들은 모유 한 방울 목 먹어본 아이들도 많다. 모유를 실컷 먹인 엄마가 유방암 발생확률이 적다고 한다. 산모의 몸에서 나오는 최고의 영양가 만점인 모유를 억제시키려 독한 약품을 먹다보니 몸에 좋을 리가 없다,

나의 어머니는 올해 환갑이 된 할머니인데도 가슴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물론 젖을 먹이지 않고 분유로 키웠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 5형제를 걸어 다닐 때까지 오직 모유로만 키웠다.
 
밭을 매다가도 내가 동생을 업고 밭으로 가면, 흙 묻은 손으로 쓱쓱 젖을 문지르곤 동생에게 젖을 물렸다. 동생의 꿀꺽 꿀꺽 젖 빠는 소리는 옆에 있는 나까지 입맛 다시게 했다.

그렇게 5형제를 모두 모유로 길렀어도 어머니의 가슴은 예쁘기만 하다.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처녀가슴처럼 아름답다.

내게는 가슴이 커 가면서 웃지 못 할 이야기가 있다.

내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였다. 그날 하루 종일 거울 앞에서 가슴부분만 쳐다보고 있었다. 어머니가 안 계신 틈을 타서 브래지어를 한 번 입어봤더니 갑자기 둥그렇게 부풀어 있는 가슴이 신비로웠다. 밖에 나가면 사람들이 나만 쳐다볼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방안에서 서성거렸다. 어머니는 중학생이 되어 하복을 입을 무렵 읍내 장에서 브래지어를 하나 사다주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서야 무거운 짐을 잔뜩 이고 빠른 걸음으로 오는 어머니가 보였다.
 
그러나 순간, 잔뜩 부풀어 있는 나의 가슴이 걱정이 되었다. 어머니가 브래지어를 처음 사다 주었을 때, 이런 것은 하지 않겠다며 방바닥에 던져버렸다. 그 생각이 미치자 뒤돌아서 막 뛰었다. 애타게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숨을 헐떡거리며 방으로 들어와 문까지 잠가 버렸다.

얼마 후, 어머니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어미를 보고 도망가는 놈이 어디 있냐? 말 좀 해봐야. 마중 나온 줄 알았는디......”

나는 방안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떨고 있었다. 결국 그날 어머니께 실컷 야단을 맞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가슴에 대한 추억을 되새기던 어느 날 기적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결혼생활 십 년이 넘도록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있었다. 그래서 아기를 입양하여 키우고 있었다. 그 여인은 분유로 아이를 키우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아이에게 모유를 한 번만이라도 먹여보는 것이 그녀의 소원이었다.

그녀는 날마다 분유로 먹이면서 가슴으로 기도를 하였다. 정말 간절하게 소망했던 까닭일까?

그녀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아이도 낳아보지 않는 사람에게 6개월쯤 뒤에 모유가 나왔다는 것이다. 세상에 불가사의한 일도 많다지만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 여인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닿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