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숙

삼일절에, 그날을 기억하는 사진을 보다가
단두대도 아닌 여물 써는 작두에
목이 잘리고 있는 만세열사를 보았다
허리에 칼을 찬 일본순사는
잘려나가는 여물을 보듯 뒷짐 지고 태평하다
순간 가슴에 쓰나미가 일었다
분노의 파도는 원수의 집을 삼키고
원수를 내동댕이치고 기어이 원수의 명줄을 끊어놓았다
한 번도 두 번도 아니었다
그 작두가 떠오를 때마다
내 눈은 원수의 눈을 파먹었다
그리고 열흘 남짓 복수의 칼날이 무뎌질 쯤에
원수의 나라에 쓰나미가 왔다
내 상상의 몇 억 배의 폭력이 원수를 응징했다

광장에서 회심의 만세를 불러야 하는데
가슴이 젖고 목울대가 뜨거웠다
눈에는 눈이 아니었다
신을 잘못 읽었다
아니 신이 나를 잘못 읽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