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에 직접 전달보다 전문기관 통한 지원 필요

지난달 30일 잠을 자던 집안 거실에서 이불째 납치돼 성폭행을 당한 A양의 치료와 주거 이전 등을 위한 각계각층의 모금운동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어린재단 등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모금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4일 개설된 은행계좌를 통해 이틀 만에 전국에서 500여만원이 들어왔다.

광주지검은 A양 가족에게 피해자 보호시설을 제공하기로 하고 대상 주택의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A양 가족은 가해자의 재판이 끝날 때까지 이곳에서 머무를 수 있다.

광주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는 지난 3일 A양 부모에게 300만원을 전달했으며 전국 범죄피해자 연합회와 58개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통해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나주시 공무원들도 지난 7일까지 A양을 돕기 위한 모금을 펼쳤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자의 사정이 너무 딱해 공적 부조로는 한계가 있음을 실감했다”며 “한 계좌에 5000원씩이 모금에 공무원들이 앞장서 지역을 넘어 전국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아동 성폭력 추방을 위한 시민모임 ‘발자국’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A양을 돕기 위해 희망모금에 들어갔으며 가해자의 엄중한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현재 A양은 광주 모 대학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언니 등 가족들도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생활하며 심리적인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A양을 위한 모금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와 아동보호전문가들은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운동의 취지가 퇴색되지 않을 까 우려하고 있다.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A양의 어머니의 평소행실을 감안할 때 모금된 성금이 A양을 위해 쓰여 질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A양의 어머니는 PC방에 새벽까지 게임을 즐기는가 하면 채팅을 통해 이성과 만나는 등 평소 행실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건 당일 새벽 2시께도 20대 남성과 통화를 했던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인 A양을 위한 각계각층의 도움의 손길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도움이 A양의 치료 등 반드시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도록 부모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이나 단체, 지자체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