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대비한 체계적인 시스템 준비해야

지역 배 농가를 중심으로 한 나주 농업대표단 일행이 지난달 18일부터 3박4일간의 일정으로 일본 돗토리현 구라요시시를 방문했다.

이번 농업대표단은 일본 APC의 첨단 운영시스템과 배 과수원 관리실태, 유통과정 등 다양한 분야를 견학하면서 미래농업업의 대비책 필요성을 피부로 느꼈다.

이번 방문은 2010년 11월 농업교류를 골자로 맺은 양시간의 교류선언 이해사항에 따른 것으로 일본의 우수시스템 뿐만 아니라 농업에 대한 시행착오까지 반면교사로 삼아 나주농업의 미래를 생산적으로 개척하기 위해 마련됐다.

대표단은 배 재배농가와 시 공무원, 언론인 등 18명으로 구성됐으며 구라요시시와 고또우라 배 선과장과 원예시험장, JA돗토리 중앙농협의 시범농장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이번 대표단 일원으로 방문한 본지는 일본의 배 선과장 첨단시스템과 과수원 관리, 유통과정, 홍보마케팅 등에 대해 요약해 본다./(편집자주)

선과장 첨단시스템과 생산자이력제

방문 첫날 대표단은 공항에 도착한 후 곧바로 구라요시시 배 선과장을 찾았다. 구라요시시 배 선과장에 설치된 시스템은 올해로 3년차이며 최신설비를 자랑하고 있으며 한 시즌에 10kg짜리 12만 상자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를 갖췄다.

이 곳 선과장 자동라인은 한 번에 배 3천개를 선별할 수 있으며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하루 10kg짜리 6천 상자를 선별하고 있다.

▲ 최첨단 시스템을 갖춘 일본의 배 선과장.

이곳에서 눈에 띄는 시스템은 당도측정기로 대당 가격이 1억5천여만 원에 달한다. 당도측정기는 레이저식으로 엄청난 속도로 당도를 측정하면서도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 당도측정기를 비롯한 첨단시스템은 우리 APC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곳 선과장에서 가장 대표단의 관심을 모은 것은 선별시스템을 통과할 때 배를 담은 고무판이다. 이 고무판에는 칩이 내장되어 마지막 출하단계까지 생산자의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중앙통제실로 전달되어 제품 상태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배 하나하나에 생산자이력표시를 가능케 하고 있으며 이 표시에는 생산자의 연락처, 당도 등이 표시되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배를 구입하고 있다.

또 배 상자도 눈길을 끌었다. 우리처럼 화려한 색상도 무늬도 없지만 견고한 상자에는 바코드가 부착되어 화려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기보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생산자이력제로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지가 보였다.

태풍·병해충·조류피해 예방시설 눈길

과수원의 관리도 우리와 확연하게 다른 점을 발견했다. 원예시험장과 JA돗토리중앙농협의 시범농장에서는 태풍과 해충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설을 농가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과수원을 덮고 있는 그물망은 중형급 태풍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견고했으며 까마귀 등 조류피해는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차단하고 있다.

초기투자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지만 태풍과 병해충, 조류피해로부터 과원을 보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가에서 검토해볼 필요가 있는 시설이다.

▲ 과수원에 설치된 방풍림과 포집등.

이와 함께 과수원을 빙 둘러싼 방풍림도 이번 견학에서 건진 수확가운데 하나다. 편백을 비롯한 사철나무 등으로 과수원을 둘러싼 방풍림은 어지간한 바람은 과수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되고 있었다.

원예시험장 관계자는 “방풍림과 그물망을 설치한 이후 태풍과 병해충, 조류 등의 피해가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대표단의 눈길을 끈 것은 과수원 중앙과 가장자리에 설치된 포집등이었다. 이 포집등은 병해충을 유인하는 시설로 이 또한 초기투자비가 만만치 않지만 포집등을 설치할 경우 그물망과 더불어 병해충으로부터 과원을 보호하는데 실효성이 나타내고 있다.

대표단은 배 선과장과 과수원 시설을 둘러본 후 돗토리현 과수재배농가들과 간담회를 통해 일본과 나주의 유통시스템, 선과장, 과원관리 등의 차이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 교환회를 가졌다.

유통 및 마케팅전략 탁월

일본의 배 유통은 우리와 사뭇 다른 점이 많았다. 우리나라에서는 배는 명절제수용품이나 특별한 날에 행하는 선물용 과일로 인식되고 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선과장에서 고급스러운 상자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점이 작용하고 있었다. 시장이나 마켓 등지에서 3~5개 정도의 배를 비닐봉지나 플라스틱 재질의 바구니에 담아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이는 배가 선물용이나 특별한 날에 먹는 과일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먹는 제철용 과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대표단이 선과장에서 배 관리상태와 포장재 등을 살펴보고 있다.

또 일본에서는 배의 색깔이나 모양에 연연하지 않고 품종에 따른 당도 등 맛을 우선시하면서 돗토리현의 주요 품종인 ‘20세기’배가 소비자들에게 판매되고 있다.

특히 마켓 등에서는 배 판매대에 주력품종인 ‘20세기’의 재배과정을 영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등 마케팅에서도 탁월한 면을 과시했다.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나주도 배 농사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신고위주의 품종은 결국 배 농사의 퇴보를 의미할 수 있으며 모양과 색깔을 선호하는 소비자 패턴을 바꿔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와 함께 추석과 설 명절만을 겨냥한 특수를 노리기보다 제철과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과수농가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배 성장기술과 재배 규모면에서는 나주시가 훨씬 우월하지만 일본 농업이 고령화에 대한 어려움을 먼저 겪어왔기 때문에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를 준비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하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태풍피해로 방문여부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한국과 일본의 시스템을 직접 눈으로 보고 농가들과 운영시스템에 대한 협의를 통해 발전된 방향으로 개선책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모아져 성사됐다”며 “이번 연수에서 나온 내용을 각 분임 모임별로 소통회를 실시해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