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된 토종소나무들 순식간에 사라져

고려시대부터 산신제를 지냈던 나주의 진산 금성산이 숲 가꾸기 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지만 나주시는 실태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에 따르면 숲 가꾸기 사업의 일환으로 산림경영계획서를 제출 받고 인가를 내준 금성산 자락 2만2000㎡에서 자라던 소나무가 송두리째 사라졌다.

뒤늦게 실태를 파악한 나주시는 산림소유자를 사법기관에 고발했으며 산사태 등을 방지하기 위한 사후대책을 산림소유자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2만2000㎡에 달하는 금성산이 불법벌채로 인해 순식간에 벌거숭이로 변했다. 원안은 잘려져 나간 지름 50cm에 달하는 토종소나무.

하지만 불법묘지 조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금성산이 이처럼 대규모 불법 벌채로 인해 벌거숭이산으로 변하지 않을까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림소유주가 나주시에 제출한 산림경영계획서에 따르면 전체면적 가운데 경제성이 없어 수목갱신 대상인 리기다소나무를 제거하고 배롱나무를 식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현장 확인 결과 산림소유주는 산림경영계획서와 달리 인가받은 전체 면적 2만2000㎡에 자라고 있는 소나무를 비롯한 모든 나무를 벌채해 버렸다.

나주시가 인가를 내주기 전 품종을 확인할 당시에는 리기다소나무와 토종소나무가 절반씩 자라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던 점으로 미뤄 숲 가꾸기를 빙자한 불법 벌채임이 드러났다.

실제로 베어져 나간 나무들 가운데는 지름이 50cm에 육송과 해송 등 토종소나무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산림훼손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현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면서 “하루속히 나무를 식재하고 풀씨를 뿌리며 측구배수로와 대형집수정 설치, 경사면 보완 등 산사태 등에 대비한 사후대책을 산림소유주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주도의 조림사업의 경우 ha당 5백만 원의 시비가 소요되고 있으며 이번 사태의 경우 개인이 자비를 들여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인가를 내줬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만2000㎡에 달하는 급격한 경사면의 나무를 송두리째 사라지면서 최근 예측하기 어려운 기상과 국지성 호우 등으로 인한 산사태를 어떤 방법으로 예방할지 알 수 없다.

본지가 현장을 방문한 지난 20일에도 굴착기 2대가 여전히 가동되고 있었으며 벌채된 토종소나무들이 앙상한 모습으로 곳곳에 쌓여 있는 것이 확인됐다.

한편 올해 나주시가 추진할 예정인 숲 가꾸기 사업은 2900ha, 조림사업은 78ha로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산림이 불법 벌채로 훼손될지 우려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