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나는 회초리 든 아버지의 푸른 손만 기억하였다/ 모래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불어도/ 아버지의 손은 언제나/ 내가 편히 쉴 늘 푸른 초원인 줄 알았다/(중략) /눈을 감고 만지면 아버지의 손은/ 죽어 천년을 산다는 사막의 나무/ 한때 그 몸에 푸른 이파리 살량였던 기억까지/ 깡마르게 지워낸 호양나무의 수피처럼/ 갈기갈기 거친 호흡으로 덮여 있다/

전숙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아버지의 손》 첫 장에 나오는 시 ‘아버지의 손’ 일부다.

전숙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마음을 내보이는 게 말일진대 마음을 감추기 위해 세상은 말을 한다. 21세기 사방격자무늬 속의 하루살이인 나도 나를 감추기 위해 많은 말을 했다. 말하고 보니 나를 감추기 위해 한 말이 그늘 깊은 자화상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화가 겸 시인인 김종 선생은 “전숙 시인의 작품을 읽으면서 ‘글은 곧 사람’이라는 부폰의 생각과 레온 에델이 말한 ‘그 나무에 그 열매’라는 명제를 떠올렸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작가의 인간적 면모에 이어져 있다. 부폰에 기대면 문학은 개성의 산물이고, 레온 에델에 기대면 인간과 문학은 일심동체다. ‘전숙’이라는 나무에서 ‘전숙’이라는 시를 열매로 가름하는 보다 적절한 논의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백인덕 시인 겸 문학 평론가는 “전숙 시인은 결코 상처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다. 상처란 이미 일어난 행위와 사태들의 결과일 뿐이다. ‘상처가 꽃처럼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기억한 암각화이기 때문이다’고 선언한다.

전숙 시인은 장성에서 태어나 전남 여중,고와 전남대학교, 동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2007년 계간 〈시와 사람〉을 통해 등단했다. 고운최치원문학상 본상, 광주펜문학상, 전국계간지 작품상 등을 수샹했다. 시집으로는 ‘나이든 호미’. ‘눈물에게’  등이 있다. 전 시인은 현재 동신대학교 한국어교원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