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 시인/화가

12시 반부터 1시간 반을 시드니항의 쿠르즈에 투입했다. 스쳐가듯 “남자는 평생 좋은 배를 타고 싶어 한다.”는 말에 “그것은 여자도 역지사지”라 맞장구치는 바람에 좌중이 함께 웃었다. 오후 2시에 이동한 미술관은 영국의 영향을 받아 무료로 오픈되고 있었다. 미술관 주변은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미술관이 위치한 곳은 공원이어서 우리네 미술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전시수준은 엉성한 부분이 많았으나 작품 중에는 고흐, 렘브란트, 세잔, 모네 등 유명화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다음 코스는 다문화종합지원/ 정보센터인 모자이크(MOSAIC-Multicultural One Stop Assistance and Information Centre)를 방문하여 이곳에 근무하는 한국인 김선애씨를 만났다. 센터는 윌러비 지방정부(Willoughby City Council Service)의 관할구역이었는데 이 나라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에게 여러 부문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었다. 영어학교가 운영되고 각 민족별 단체에 의한 여러 활동이 조직되어 훈련받은 자원봉사자들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모여 文化를 지원하고 즐기는 곳이었다. 교통망이 많이 생겨서 접근하기가 좋은 곳이었고 인도, 스페인, 일본 등 5-6개의 언어권이 주로 협력 체제를 이루고 있었다. 영어학교는 경험  많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초급, 중급반이 편성되고 이들의 시간 운영은 올타임이 아닌 파트타임이었다. 소수민족의 정보나 강연 등은 건강이나 사회복지, 임차권리, 범문화적인 여러 주제를 흥미와 유익성 위주로 제공하고 있었다.

노약자를 위한 다문화 위탁 프로그램도 눈에 띄었다. 호주가 다문화 국가라는 것은 앞에서 밝힌 터이다. 허나 약간의 참가비를 받고 다른 문화권 출신의 사람들을 연결시켜서 지역 내에 거주하는 비영어권 노약자들을 대상으로 편안한 여러 활동이나 외출을 돕고 있었다. 소수민족의 단체 활동에는 노래, 요리, 춤, 꽃꽂이, 운동, 단체토론 및 기타 여러 활동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정보 및 추천 서비스에는 노인서비스, 아동서비스, 건강, 가정 및 지역사회 서비스, 주택이나 시의회 서비스, 가족수당이나 연금, 주택 임차 서비스 등 해당 사안에 적합한 서비스 제공자들을 ‘항상 비밀을 보장’ 한다는 조건을 달고 추천해 주었다.

센터를 빌려서 1년에 1번씩 제 나라 코너를 만들어 선보이며 큰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는데 현재는 13개의 나라가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 행사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하루 일급이 5불인 자원봉사자로도 잘 진행되는 편이며 노소, 장애자 등 인종에 구애 없이 참여한다고 하였다.

오후 5시를 넘기자 근무자들이 시간 재촉을 하여 우리들은 방문일정을 서둘러 마쳐야 했다. 1년에 4개월 이상이 행사에 소요되는데 각 나라의 놀이나 음식축제가 주를 이루며 한국축제로는 윷놀이, 자치기, 팽이놀이, 음악페스티발, 장구, 북, 가야금, 피리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선보인다 하였다. 특히나 1월에 치러지는 Chinesses New Year Day는 1850년 100만 명의 청(淸)국 이민이 시드니만에 도착한 이후 계속된다고 했다.

기관방문시간에 신라호텔 한복사건이 화제에 올랐다. 호주에서는 어린이가 한복을 입어도 화제가 되는데 신라호텔에서 문전박대한 한복사건은 도대체 어찌된 영문이냐고 가이드가 물었다.

국적이 틀리니까 너 어디서 왔니?를 당연히 물을 수 있다. 그리고 언어는 상대의 두뇌를 나누어 쓰는 것이기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시드니에서 한글교습은 매주 토요일에 있고 1개월 수강료가 50불이며 국가의 보조는 없다 하였다. 내일은 된통, 내려갈 때는 기분 좋고 올라갈 때는 힘들다는, 생판 듣도 보도 못한 모래썰매(Sand Boarding)의 계획이 일정에 잡혀 있다.

셋째 날. 기상전화 6시에 출발 8시. 차에 오르자마자 가이드에게 이 나라의 아침인사를 배웠다. ‘구다이 마이’를 뒤를 살짝 올려서 발음하면 ‘도시 사람’이 되고 ‘개라이 마이’라 하면 ‘시골 사람’가 된다는 말도 재미있었다. 영국의 영향이긴 하지만 Good Day Mate라는 말은 친구를 삼기 위해 동료라는 말을 붙인 언어적 배려가 느껴졌다. 인사말에서부터 다문화를 엿보게 하는 것이지만 영국발음에서 사탕이나 볼펜을 물고 발음하면 호주식 발음이 된다고 했다. 인사공부를 마치고 일주일의 요일 공부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