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투입 된 일본인 가옥 2년째 방치
간이 화장실과 연못 등은 기능상실

나주시 영산동 66-1번지 외 3필지에 위치한 일본인 구로즈미 이타로 가옥(총면적 1,022㎡, 건축면적 226,37㎡)의 관리가 엉망이라는 지적이다.

나주시는 지난 2009년 1월 일제강점기 전남내륙의 수탈기지였던 영산포 일원의 근대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특색 있는 관광자원화와 영산포지역의 근대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심 기반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이 가옥을 지난 5억2천만원에 구입했다.

나주시는 그 후 이 가옥이 당시 영산포지역 최대지주가 거주했고 보존상태가 양호해 복원을 추진, 일본에서 기와를 가져오는 등 4억1천만원을 투입해 2013년 4월 원형에 가깝게 복원을 마쳤다. 

하지만 9억3천만원이라는 거액이 투입된 이 가옥은 복원이 완료된 지 2년이 지났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계획 없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옥의 구입과 복원의 목적에 맞는 시설이용 계획은 전무하고 가옥 주변의 시설은 훼손되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간이 화장실은 문이 뜯긴 체 한쪽에 방치돼 제구실을 못하고 있으며, 연못은 부들이 연못 전체를 뒤덮고 있어 연못인지 구분이 되지 않아 밤에는 빠질 위험까지 있다.

연못의 물은 시궁창처럼 되어 냄새가 진동하고 어느 날은 주차장에 집채만 한 농기구가 주차돼 있는 등 구로즈미 이타로 가옥 일부 주변은 관리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동네 주민 김 모씨(여,61)에 의하면 “올봄 어느 날 어스름한 새벽에 구로즈미 이타로 가옥에서 검은 물체가 불쑥 나와 귀신인지 알고 깜짝 놀란 적도 있다”면서 “그 후 시청에서 나와 문단속을 하고 갔다”고 했다.

영산동에 사는 나모씨(남, 60세)는 “10억 가까운 돈을 들여 일본인 가옥을 구입하고 복원한 것도 별로 바람직스럽지 못하다”면서 “기왕에 샀으면 복원하기 전에 활용방안 등을 철저하게 세웠어야 하는데 2년 동안이나 이렇게 방치한 것은 나주시 행정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나주시는 “구로즈미 이타로 가옥을 영산포 역사갤러리와 함께 임대하여 활용하는 방안, 일본인 지주 가옥의 보존이 가능한 활용방안, 그리고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득사업으로 활용 검토 등 활용계획을 결정하여 주민설명회 개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옥을 지은 구로즈미 이타로는 1905년에 영산포에 정착해 1909년 영산포에서 제일가는 지주가 됐으며, 1930년경에는 논과 밭을 합쳐 총 1098 정보의 땅을 소유해 나주의 제일가는 지주가 된 인물이다.

이 가옥은 1935년경에 구로즈미 이타로가 청기와 등 모든 자재를 일본에서 가져와 지었다고 알려져 있으나, 일설에 의하면 구로즈미가 일본의 패망을 예견했는지 목재 등 건축자재를 헌 것을 가져와 지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 가옥은 해방 후 선교사가 고아원으로 운영했으며, 1981년에는 개인이 구입 주택으로 사용했고, 2009년 나주시에서 매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 부들로 뒤덮힌 연못과 훼손된 간이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