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숙(詩人)

꽃천지에서 꽃을 찾네
언젠가 한 번쯤은 이렇듯 활짝 피워보았으리
지금 그 꽃들은 어디에 있는가
가슴꽃밭에 추억의 사진첩 펼쳐놓고
갈피갈피에 고이 접혀진 꽃의 향기를 음미하네

백일 꽃은 고사리 애기별꽃이었네
아장아장 민들레 시절도 걸어오네
개망초처럼 천둥벌거숭이로 뛰놀던
유년의 천진한 웃음소리 들리네

수선화처럼 수줍었던
여드름쟁이 사춘기에는 누구에게 열광하였던가

가장 화려한 장미꽃으로 피어날 때
처음으로 인생의 가시에 찔리면서
눈먼 사랑으로 다가온 꽃은 누구였었나

며느리주머니시절도
주머니에 살림 재미 담아내며 살뜰하게 지나왔네

보지 않아도
꽃 그늘아래 향기만으로도 알 수 있는 목련아줌마
그이 후덕함 뒤꼍의 꽃잎 지는 쓸쓸함을 밟고

삶의 알곡들이 차곡차곡 쌓여
저절로 허리가 휘어진 할미꽃까지

한 번 그 시절이 지나면 다시는 피울 수 없는 꽃들
펼쳐보니
탐스러운 꽃송이도 있고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꽃봉도
눈물 젖은 꽃 이파리도 있네
하나 같이 한 생을 더불어 걸어온 귀한  꽃들이네

저마다의 사연대로
온갖 향기 그윽한 어여쁜 꽃들을 만나네
꽃천지 꽃밭에서

노안 금안보건진료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