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책 봤어?”…요즘 야권에 회자되는 책!

야권의 이합집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영호남 지역주의를 다룬 책 한권이 화제가 되고 있다. 김욱 서남대 교수의 《아주 낯선 상식》이다. “대한민국 한편에는 자신들의 욕망을 원 없이 실현하고 있는 정치 천재들의 땅 영남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헌법상 기본권인 피선거권조차 써먹을 일 없이 반민주적으로 욕망을 거세당한 정치 바보들의 땅 호남이 있다." 책 《아주 낯선 상식》의 한 문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호남에서는 이 책을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고 할 정도로 호남 야권 인사들이 앞 다퉈 읽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이 호남에서 회자되는 이유는 ‘친노’ 진영을 영남패권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하며 호남 내 야권의 경쟁을 주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이 다루는 ‘지역주의의 인정‘이 정치인은 물론이고 지식인들, 그리고 지성 있는 독자들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체재에 영남패권주의는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뤄서는 안 될 것‘, 혹은 ’존재하지 않는 것‘ 취급을 받으며 뿌리를 박고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아주 낯선 상식》은 이러한 말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을 외치는 냉철한 통찰력이 있는 책이다. 감성적이 되기 쉬운 주제를 선정했지만 그것을 그 어떤 사회과학서보다 분석적으로 접근한데서 이 책은 매력적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허구적 지역주의’ 현실 속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영남에서 득표력 있는 영남 후보를 내세워 호남 몰표로 뒷받침해야 하고, 그렇게 당선된 영남 대통령은 ‘민주 정치’ 호남의 정신적 양해 속에서 세속적인 영남을 물질적으로 유혹해 지역주의를 구조적으로 타파해야 한다.”는 논리를 “‘은폐된 투항적 영남패권주의’에 입각한 위선적 정치공학”이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노무현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김욱 교수는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주류를 이루는 ‘친노’ 세력의 철학자이자 집권전략의 근간이라 할 이 ‘노무현 이데올로기’는 그러나 현실화되기 어렵고, 설사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한국정치의 주요 모순인 영남패권주의 대 반영남패권주의 구도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기에 편승해서 ‘호남의 질곡’을 더 연장하고 심화하는 ‘은폐된 투항적 영남패권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아주 낯선 상식》은 호남인들에게 이제 노무현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라고 얘기한다. 지난 4.29 재보궐 선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광주 서구을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한 천정배 의원의 낙승을, 저자는 마침내 그 이데올로기가 무너지는 지각변동의 조짐으로 읽는다. 김욱은 한국에서 계급(계층)적 이익도 패권주의적 지역체제에 흡수돼 있으며, 진보정당이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본다.

이에 눈감고 계급(계층) 문제, 계급당 문제에 치중하는 ‘주입식 진보’의 한계를 그는 거듭 지적한다. “영남패권주의 문제 해결 없이 대한민국의 정상적인 진보운동은 불가능하다.” “호남지역과의 연대가 아니라 호남이라는 지역관념을 공격.해체 하는 것으로 진보를 실현하려”는 노무현 이데올로기는 5.18 희생자들을 순교자로 격상시키고 ‘세속 광주’를 ‘성지 광주’로 만들어 거세하려는 영남패권주의자들의 전략과 결과적으로 별 다를 바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한국정치의 특수한 양상들은 영남권패권주의라는 개념이 있어야 제대로 설명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역 모순에 대한 인식 없이 개혁을 추구하는 정치세력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동시에 왜 지역모순에 대한 인식이 개혁에도 필요한지에 대한 강력한 설득이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