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비극은 군함도에 와서 무릎을 꿇는다
태양을 강탈한 일장기가 칼날처럼 파도친다
흉터의 눈물에 북받쳐 오르는 안개가 먹먹하다
원자탄이 파먹은 등골, 녹아내린 폐와 콩팥
한평생을 피오줌과 차오르는 숨길로 버텼다
해저 1000미터 막장이 입을 벌리면 울분처럼 떠다니는 석탄가루, 메아리치는 절규, 피고름으로 흘러내리는 절망, 고향 삽짝의 그리움, 배가 고파 막장이 빙빙 도는 피골에 떨어지는 채찍질, 밤마다 울부짖는 상처에 발길질하는 파도, 헛구역질하는 어린 누이들, 고문에, 살상에 밤송이처럼 뒹구는 신음소리…
파도에 휩쓸린 흉터들이 해안에 떠돌고 있다. 이 떠도는 울음을 어떻게 보듬어야 시가 되는 걸까? 아직도 미처 날뛰는 저 파도를 어찌 꾸짖어야 엎드려 자복할까? 어떤 꽃무늬로 베를 짜야 갈기갈기 찢긴 가슴을 천의무봉으로 되돌릴까? 어떤 햇살로 종을 쳐야 이 자욱한 슬픔이 걷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