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과대학(일명 켑코텍·Kepco Tech) 최종 부지 선정 발표를 보름여 남겨놓고 철저한 보안 속에 감춰진 '입지 선정 배점기준안'이 유출돼 '공정성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전공대 유치전에 뛰어든 광주·전남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날 모 언론 보도로 한전공대 1·2단계 배점 평가 세부 기준안이 유포돼 본격적인 후보지 현장 실사를 앞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전공대 부지 선정 배점 평가 기준은 한전으로부터 공대 설립과 관련된 제반 용역 업무를 수임 받아 추진 중인 전문 용역사 'A.T.Kearney(A.T커니)'측이 구성한 '기준위원회'에서 만들었다.

분야별 '배점 기준'은 보안과 공정성 유지를 위해 한전 내 공대설립 추진단과 범정부설립지원위원회, 청와대 관련 비서관실에도 보고되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로 관리 돼 온 것으로 확인됐다.

단, 공대 입지 제안서를 작성·제출해야 될 광주시와 전남도에는 배점 기준안이 전달 됐다. 이후 광주시는 일선 4개 자치구(남구·서구·광산구·북구)와 전남도는 나주시 1곳과 만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은 지자체에서 평가 배점 기준안이 누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8일 광주시와 전남도로부터 공대 입지 후보지 제안서를 접수 받기 전에 '보안각서'를 각각 제출 받았다.

보안각서에는 비밀 준수 규정을 위반 했을 경우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 같은 약속을 바탕으로 광주시는 광주 북구 첨단3지구와 남구 도시첨단산단, 남구 승촌보 일원 등 3곳을 최종 후보지로 신청했다.

전남도는 나주혁신도시 내 1곳과 인접지역 2곳 등 총 3곳을 후보지로 제안한 가운데 부동산 투기 등을 우려해 구체적인 지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전은 광주시와 전남도가 추천한 공대 입지 총 6곳 중 예비 후보지로 광주 1곳, 전남 1곳 등 총 2곳을 선정하고 평가를 거쳐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들 지자체 중 특정 지자체는 보안각서 제출에도 불구하고, 예비후보지 2곳에 대해 오는 22일부터 본격화 되는 제안서 발표와 현장 평가를 앞두고 '배점 기준안'을 의도적으로 언론에 유출하는 등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안각서' 규정을 철저하게 유지해 온 지자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배점 기준안 외부 유출은 분야별 점수 중 가장 높게 차지하는 '산학연 연계성' 부분에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한 특정 지자체가 여론 몰이를 위해 고의적으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한 경쟁을 위해 유출처를 확인하고, 패널티를 줘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공대설립 추진 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용역사에 업무를 맡기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여 온 한전 측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한전공대 설립단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용역사 내 기준위에서 작성한 평가 배점 기준안은 지자체에만 제공됐는데 어떻게 언론에 유출됐는지 당혹스럽다"며 "마지막 평가 일정까지 공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선정 업무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4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전공대(가칭) 설립을 위한 광주광역시-전라남도-한국전력 간 기본협약서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송재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이용재 전라남도의회의장,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김동찬 광주광역시의회 의장,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