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균(평통사 공동의장)

양금덕 일행은 일본에 도착한지 일주일 만에 미씨비시 공장이란 데를 들어갔다. ‘조선여자근로정신대’란 명칭으로 끌려간 소녀들은 이제부터 일제의 통제하에 강제노역에 종사하게 된 것이었다.

일제는 소녀들을 군인처럼 인원을 편성했다. 1중대는 전남 출신 여학생들이었다. 1소대는 목포, 2소대는 나주 3소대는 광주, 4소대는 순천, 5소대는 여수 출신 여학생들로 조직되었다. 각 소대는 다시 네 개 분대로 나뉘어 졌다. 양금덕은 1중대 2소대 4분대 분대장을 맡게 되었다. 분대장은 아침, 저녁으로 자기 분대원의 인원 파악과 특이사항을 보고해야 했다.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Mitsubishi Heavy Industries,Ltd)은 1934년에 세워진 일본 최대의 중공업 회사이자, 방위산업 기업이다. 미쓰비시 그룹의 3대 기업 중의 하나이다. 현재 이 회사의 제품은 선박·군용탱크·미사일·우주발사체·민간항공시스템(부품, 동체구조물, 완성기 등, 생산시설 : 아이치현 나고야시 일대) ·각종기계류 ·에어컨·냉장고·경전철 등이다. (위키백과 참조)

소녀들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제작소 도토쿠(道德)공장에서 오전 8시부터 하루 10시간씩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기숙사에서 자고 아침 6시에 기상하여 7시에 아침을 먹었다. 이후 일본인 인솔자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기숙사 앞마당에서 소대별로 정렬하여 20분 거리에 있는 공장으로 이동했다. 항상 앞사람의 뒤통수만 보고 걸어야 했다.

“째깐이라도 딴 데를 보면 어디로 도망가께미 일본놈이 군화발로 툭툭 차드란 말이여... 그랑께 날마다 길에 댕김스롬도 거가 어딘지를 몰르것드라고.., 또 도망을 갈라고 해도 수중에 돈이 한푼이라도 있어사제...”양금덕은 당시를 회상하면서 몸서리쳤다.

양금덕은 신나와 알코올을 사용해서 비행기 부품의 녹을 닦아냈다. 또 비행기 동체에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했다. “신나하고 뺑끼 냄새가 얼매나 독하고 고약스런지... 날마다 머리땡이가 아프고 어지럴 때가 많했어... 이 때부터 코가 병들어서 나는 지금까지도 냄새를 잘 맡들 못한당께...”“손이 트고 벌어졌어도, 약은 고사하고 구루무(크림) 한나도 안주드라고...”“그 때 보호 안경이나 안약을 주었드라면 내 오른쪽 눈이 이루쿠롬 망가지든 안했을 것이구만...”

양금덕은 지금까지도 눈에 심한 안질이 있는 것처럼 불그스레한데, 이것은 그때 눈을 상(傷)한 탓이었다. “비행기에다 뺑끼를 칠한 다음 날에는 온 삭신이 쑤시고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제...”양금덕 할머니(94세,1929년생)는 그 때를 회상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힘든 것은 배고픔이었다. “기숙사 밥은 한 주먹이나 되는 보리밥에다 된장국이었어. 반찬은 다깡(단무지)하고 우메보시 두 알이었어.”註)우메보시: 매실을 소금에 절인 일본의 전통음식 “그 때는 반찬은 바라지도 않았어. 밥이라도 배부르게 묵었으먼 원이 없것드라고...배가 고플때먼 나주 집에서 엄니가 차러 주었든 밥상이 눈에 어른거렸제라우..”

나고야 미쓰비시 공장에는 조선인근로정신대 뿐 아니라 일본 학생들도 일했다. 일본사범학교 학생들 100여명이 ‘보국대’란 이름으로 공장에 와서 일했다. 그들은 20세 정도되었고, 각자 집에서 밥을 먹고 공장에 출퇴근했다. 일본 학생들은 공장 식당 밥을 먹다가 남기는 일이 많았다.

한번은 그들이 통에 버린 밥을 통에서 주어다가 얼른 옷자락에 숨겼다. 이 모습을 발견한 일본인이 다가와 음식을 뺏어서 바닥에 내팽개치며 발로 짓이겨 버렸다. “더러운 죠센징같으니라고...”이렇게 모욕적인 욕을 했어도 참는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짜디짠 다깡(단무지)을 훔쳐서 많이 묵었어... 정신없이 물을 많이 마샜드니 설사를 하게 되드라고...”

또 공장에 나가지 않은 일요일은 나주친구 김혜옥과 기숙사를 몰래 빠져 나갔다. “공장 바깥에 나갔드니 농사짓는 밭이 있드라고.. 까지하고 물외를 실컨 따묵고 왔제...”“참말로 기가맥힌 시상을 살았어...식사도 일본 사범학생들이 묵고 난 담에야 우리 조선학생들이 묵었제. 벤소(화장실)도 일본인이 먼저 갔다와서사 갈 수가 있었어... 일본놈들에게 밀리다보먼 옷에다 싼 일도 있었제...”

이 어린 소녀들은 낮에는 중노동에 시달렸다. 또 밤에는 미군들의 폭격을 피해 방공호에 숨어 죽음의 공포를 견뎌야 했다.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17개월간 강제노동을 하고 돌아왔다. 약속했던 임금은 한 푼도 못 받았다.

양금덕 할머니는 “나는 못 받은 임금을 받는 것보다는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는 것이 내 원이여... 우리 정부가 일본의 사과하고 배상도 못 받아 준다먼 나라도 멋(무엇)도 아니제이... 안 그랑가?”

양금덕 할머니는 아직까지도 야무지고 민족의식이 투철하셨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