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항선 선원 생활을 2년을 하고 부산 해수욕장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근무를 하다가 입대를 했었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병사로서는 도저히 생활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직업군인을 선택했었다. 면접관에게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힘이 들고 어렵지만, 안정된 직장을 갖기 위해서 지원했다고 말했고 당당하게 합격했다. 

 

그 당시 7명의 동네 친구들과 함께 지원했지만, 고등학교 성적과 출결 점수가 낮거나 범죄경력이 있었던 친구들은 모두 떨어져 버렸고 20살이란 나이에 나 홀로 입대를 하게 된 것이다.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그저 ‘해병대에서는 훈련이 힘들다’, ‘군기가 엄해서 힘들다’라고 알려졌지만, 나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사실 ‘해병대 훈련’이란 것은 정상적인 성인 남성이라면 누구나 해낼 수 있는 훈련들이다. 육군 훈련 교범과 미 해병대 훈련 교범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제식훈련과 기초훈련 들이 대다수다. 다만 오와 열 그리고 수직 자세를 지향하기 때문에 조금 더 힘들다고 볼 수도 있다.

 

해병대 훈련단에서 식사를 할 때면 식사를 시작하면서 ‘나는 가장 강하고 멋진 해병대 하사관이 된다! 감사히 먹겠습니다!’라고 외치면서 식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3분만 지나면 훈련 교관이 달려와서 식탁 테이블을 흔들면서 “식사 끝 3분 전!”이라고 외친다. 

 

흔들리는 식탁을 피해서 식판을 들고 부랴부랴 밥을 먹다보면 어느덧 훈련 교관이 식탁 위로 뛰어 올라와서 식판을 걷어차기 시작한다. 

 

“식사 끝 30초 전! xxx들아!!!”, “밖에 나가 집합!”

 

점심시간은 1시간이지만 10분 식사 후 밖에 나가서 50분간 얻어터지고 얼차례를 받고 나서야 내무실로 잠시 들어와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산속으로 바닷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기억들, 막상 실무에 나가면 식사를 급하게 먹을 일은 거의 없다.

 

봄에는 춘계 진지 공사 와 유격훈련, 여름에는 월하검열과 전투 수영, 가을에는 추계 진지 공사와 유격훈련, 겨울에는 태권도심사와 월동검열 각종 시설 보수공사와 검열사항들을 준비하는 게 주된 임무이고 훈련은 그저 훈련일 뿐이다. 

 

지금도 악몽 같았던 훈련단 생활이 간혹 떠올리곤 했는데 그것은 바로 훈련 교관들의 구타와 가혹행위였다. 새벽 2시에 입대 동기들을 모두 깨워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못하도록 벌거숭이로 만든 다음에 찬물을 끼얹어 댄다던가, 알몸으로 시멘트 바닥을 기어 다니게 하거나 하수구에 머리를 처박고 기어 다니게 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  

 

페이스북을 찾아보니 그렇게 변태적이고 야만적인 짓을 저질렀던 인간이 아직도 군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모병관으로서 말이다. 정말 소름이 끼치는 일이다. 청소검사 시간에 화장실 바닥에 부사관 후보생들을 눕혀놓고 지근지근 밟고 때리며 변깃물까지 마시게 했던 훈련교관이 진급도하고 모병관까지 되었다니 말이다.

 

병사들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막아야 할 부사관들이 그런 대우와 교육을 받고 실무에 나가서 과연 일을 잘할 수 있었을까? 그저 수치심 없고 용감한 인간이 되었을 뿐이다. 

 

아침에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드는 순간까지 잠자는 동안에도 구타와 가혹행위는 계속되었고 그 누군가 스스로 생명을 끊을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그땐 그랬다.(2000년 초반)

 

나는 1년에 최소 2~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서 나가는 서해에 위치한 3개의 섬에서 4년간 근무했었다. 간부였던 나 역시 하사관 선배들에게 금품을 갈취당하고 구타를 당하곤 했었는데, (간부들 사이의 구타와 가혹행위는 신고할 사람도 없었고 그때 그 시절에는 참고 버티는 것이 멋이고 낭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시절 어린 병사들을 감싸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가끔 밤잠을 설치곤 한다.

 

그 당시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고졸 학력에 인맥도 연줄로 없는 나로서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결국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다. 지금도 직업군인의 꿈을 꾸는 친구들에게 지금은 ‘안그러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그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 오늘은 22년 전 나를 훈련시켰던 훈련 교관님께 편지를 쓰고 있다. 

 

당신의 아들과 손자가 그런 위험을 당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지난 과거를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