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영산포는 한국의 대표적인 쪽 명산지이자 유통의 중심지였다.(허북구. 2011. 근대 나주의 쪽 문화와 쪽물 염색. 퍼브플랜).

 

쪽(Persicaria tinctoria)은 마디풀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과 쪽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를 가리킨다. 염료식물 쪽은 수분이 많은 흙에서 잘 자란다. 쪽 식물이 성숙하면 쪽을 베어 항아리와 같은 용기에 넣고 물을 채워서 염료로 사용할 물질을 추출한다. 

 

쪽 식물을 물에 2-3일간 담근 후 쪽대를 건져내면 물이 옥색과 같은데 이것에다 패각회 등 소석회를 넣고 교반하면 청색의 염료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청색의 염료는 물에 녹지 않는 불용성이므로 염색을 위해서는 수용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쪽 염료를 수용성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환원이 되어야 한다. 환원은 화학약품이 풍부한 오늘날의 경우 약품을 이용해서 쉽게 할 수 있으나 화학약품이 없었던 시대에는 발효라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발효는 미생물의 힘을 이용하여 물질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미생물은 도처에 존재하며, 다양하고 풍부하다. 발효는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효소를 이용해 유기물을 분해하는 과정이다. 발효 반응과 부패 반응은 비슷한 과정에 의해 진행된다. 

 

발효 또는 부패에 의한 분해 결과물이 우리의 생활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로 만들어지면 발효이고, 악취가 나거나 유해한 물질이 되면 부패이다. 가령, 포도에 포함된 당류가 발효 때문에 알코올이 생성되는 것과 같이 발효라는 것은 물질의 변화를 수반하는 현상이다. 

 

물질의 변화라는 것은 화학변화(반응)이다. 쪽 염액에서 발효는 환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생물에 의해 염액을 환원시켜 염색할 수 있는 수용성 상태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쪽 염액의 발효는 쪽 색소에 잿물을 부어 pH를 10.5-12.0 정도의 알칼리 상태로 만든 다음 전분(澱粉)과 탄소원 등 영양분을 첨가하여 미생물이 염액을 환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쪽물의 발효는 불용성인 인디고를 수용성으로 변환시킨다는 점에서 발효보다는 환원이 정확한 표현이다. 다만, 화학약품이 아닌 미생물에 의해 환원시키므로 화학약품에 의한 환원과 구별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발효라고 부른다.

 

쪽 염액의 발효는 쪽 식물의 재배에서 염색까지의 공정 중 가장 고도의 기능과 지식이 필요한 공정이다. 쪽 염액의 전통적인 발효를 위해서는 잿물을 이용해 pH 조정, 25℃ 이상의 온도 유지 등 여러 가지 재료와 환경조건을 맞추고 관리를 해야 한다. 

 

쪽 염액의 발효와 염색은 이처럼 고도의 기능이 필요함에 따라 정부에서는 2001년 8월 30일에 염색 분야에서는 유일하게 나주의 쪽 염색을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 염색장으로 지정했고, 고 윤병운 장인과 정관채 장인을 염색장 기능보유자로 지정했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나주의 쪽염색은 중국 장쑤(江蘇)성 난통(南通)에 있는 전통 쪽 염색과 함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모색하고 있다.

 

한편, 영산포에는 쪽의 발효처럼 발효를 식품에 이용하는 문화가 있다. 그것은 전국적으로 알려진 영산포 홍어이다. 영산포 홍어의 특징은 발효(삭힌 것)이다. 산지에서 영산포로 운반하는 과정 및 농번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저장하는 과정에서 발효된 것은 독특한 맛을 내게 되었다. 그 맛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발효 기술과 적절하게 발효된 홍어를 이용한 음식 제조 문화가 만들어지고, 정착했다. 

 

발효를 기반으로 하는 영산포 홍어 음식은 차별화된 발효 기술이 사용되고, 나주를 벗어나 전라도 음식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으나 냉장고 등의 보급으로 전통적인 발효 기술이 사라지고 있다. 

 

따라서 영산포의 전통적인 발효와 음식 제조 기술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쪽처럼 국가 또는 전남도의 무형문화재로 지정하여 보존 및 전승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까지 추진해 인류의 유산으로 만들어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세계적인 음식 관광 자원으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