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중위도의 온화한 기후대에 속해 있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물을 구하기 쉽고 비옥한 토양이 발달한 하천 주변이었다는 것이다. 인류가 여전히 채집과 수렵 생활을 하던 시기에 4대 문명의 발상지에서는 농업 활동을 기반으로 정착 생활을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도시가 형성되었다. 고대와 중세를 거치며 도시의 형태가 완성되었으며 도시의 발달과 함께 도로의 체계가 나타나게 되었다.

 

18세기 후반 산업혁명 이후에는 자원이 풍부한 지역을 중심으로 공업 도시가 발달했다. 공장이 위치한 지역은 일자리를 찾아 많은 인구가 유입되었고 그 주변에는 철도와 도로, 노동자들의 대규모 거주지역이 만들어졌다. 이 시기에 발달한 도시는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였으며, 많은 사회적 변화가 나타났다. 

 

엄격한 신분적 계급 사회는 시민 중심의 능력 위주 사회로 변화했고 전통적인 농경 사회에서 제조업에 기반을 둔 공업사회로 변화하게 되었다. 공업사회로 변하면서 각 도시를 연결하는 도로는 도시의 발달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되었다. 사람과 물자의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는 철도와 도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가속화되면서 물류의 이동 수단이 되는 철도와 도로의 역할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잘 만들어진 도로는 도시를 살리기도 하고, 잘못 연결된 도로는 도시를 쇠퇴하게 하기도 한다. 나주·영산포(원도심)의 상권의 침체도 도로와 함께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주·영산포의 상권 침체를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주제로 빛가람혁신도시가 원인이라는 지역민의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나는 이 지역에 오래 왕래하며 살아온 사람으로 좀 다른 접근으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빛가람혁신도시가 원도심의 상권 침체에 일정 부분의 영향을 줬다는 부분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 부분은 미미하며 원도심의 침체는 빛가람혁신도시 옆을 지나는 도로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빛가람 장성로가 개통되기 전까지 광주와 원도심을 통행하던 차량이 장산리로 뻗은 도로를 통해 영암·강진·해남·완도를 간다. 원도심을 통과하던 차량의 이동 루트가 달라졌다. 지역민들은 빛가람혁신도시 입주와 비슷한 시기에 개통한 도로의 영향력을 간과하고 있다.

 

도로의 상황이 달라지면서 가장 먼저 그 변화를 체감한 사람들은 영산포 5일 시장의 상인들이었다. 빛가람혁신도시 입주 초기 영산포나 영산포장을 가면 “도로가 저리로 빠져버려서 차들이 지나가지 않으니 장사가 안된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2008년 나주미래산단을 기획하고 그간의 여러 가지 사건으로 흐지부지되다가 미래산단의 개발계획이 나주혁신산단으로 변경되어 현재에 이른다. 나주혁신산단의 위치는 산업단지로서 좋은 입지가 아니다. 지도를 유심히 보면 광주에서 빛가람혁신도시를 지나 나주혁신산단을 거쳐 목포로 향하는 도로로 연결된다.

 

이 도로는 직선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대접의 형상을 띠며 아래로 우묵하게 들어갔다가 다시면을 거쳐 목포로 가는 도로로 연결된다. 도로가 휘어진다는 것은 돌아가는 만큼의 물류비용이 증가한다고 생각된다. 기업 운영에 있어 물류비용의 증가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비용이 증가하면 상품의 가격에 반영되어 경쟁에서 뒤처진다. 나주혁신산단이 오랫동안 미분양되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지역경제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원도심 전체적인 발전을 생각했다면 나주혁신산단의 위치와 나주시 왕곡면 장산리를 경유하는 빛가람 장성로의 위치는 나주·영산포의 중간을 관통하며 목포로 향하는 직선도로와 철도의 연결이 쉬운 곳으로 계획했어야 한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면서 도움되는 방향으로 도로가 개설되었어야 한다. 빛가람 장성로가 원도심을 경유하지 않고 나주시 왕곡면 장산리로 결정된 이유를 지역민들이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보면서 권력의 이기주의가 국민의 삶을 어떤 상황으로 만드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이곳 나주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