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이 절의 스님들은 나무를 태운 재나 숯을 으깨서 승복을 염색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승복의 염색에는 지금도 간혹 숯가루가 사용된다. 염색에 숯을 이용하는 이유는 원하는 색깔로 염색하는 것 외에 원적외선과 음이온 방출 효과, 습기와 냄새 제거, 항균 효과 등 유익한 기능이 많기 때문이다.

 

숯이 세균과 악취를 잘 흡착하는 배경에는 숯 표면의 무수한 기공 때문이다. 숯 1g의 표면적은 1,200m2인데 미세한 기공이 많다. 이 기공은 공기 분자의 흐름에 진동을 일으켜 원적외선을 방출하며, 흡착력이 높고, 항균성 다양한 기능을 갖는다. 

 

숯의 주요 성분은 탄소이다. 탄소라면 최근 온실가스로 주목받는 이산화탄소와 관련이 깊다. 탄소의 원자기호는 C이며, 이것에 산소 원자(O) 둘이 결합한 화합물이 이산화탄소(CO2)이다. 탄소중립은 탄소의 대기 중 배출을 0으로 하거나 배출된 탄소를 제거하여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허북구. 2022. 미래를 바꾸는 탄소농업. 중앙생활사).

 

탄소중립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은 인공적인 포집 방법과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 사용된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배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식물의 광합성에 사용된 이산화탄소는 식물이 썩거나 식물에서 얻어진 과일, 채소, 곡물이 식량이나 동물의 먹이로 이용된 후 다시 자연 속으로 배출된다. 

 

식물의 광합성에 사용된 이산화탄소가 대기 속으로 배출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방법에는 식물을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350℃ 이상의 고온으로 가열하여 숯(바이오차라고 함)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은 탄소 함량이 높은 고형물로 분해가 되려면 800-1,000년이 소요되므로 탄소 감옥이라고 한다. 

 

바이오차(Biochar)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수단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나주에서 배나무를 많이 재배하는 것처럼 일본에서 복숭아와 포도 등의 생산 1위인 야마나시현(山梨?)에서는 겨울철이면 많은 전정 가지가 발생한다. 이 전정지를 분쇄하여 퇴비를 만들어 이용하면 분해되는 과정에서 탄소와 함께 메탄이 발생하지만 숯(바이오차)으로 만들어 토양에 넣으면 숯은 거의 분해되지 않아 탄소를 토양에 격리해 둘 수 있으므로 이산화탄소가 대기로 방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야마나시현에서는 바이오숯을 토양에 넣어 탄소를 격리해 두는 것은 지구온난화의 억제뿐만 아니라 농지의 질을 높여 지속적인 식량 생산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탄소중립 농산물 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다. 즉, 전정시 발생하는 전정 가지를 탄화시켜 토양에 넣은 농장과 포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야마나시현의 자체 탄소중립 인증인 ‘야마나시 4퍼밀 이니셔티브 농산물 인증’을 실시하고 있다. 인증을 농산물과 해당 농가에게는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것과 함께 저탄소 농산물로 브랜딩 (branding)을 하고 있는데 성공적이다. 

 

대만 장화현(彰化縣) 대촌향(大村?) 또한 포도 주산지로 전정가지가 많이 발생하는 곳이다. 이곳의 거봉(巨峰) 포도 재배 면적은 약 400ha인데 인데, 기후가 따뜻해 연간 2회에 걸쳐 전정하고 나서 발생한 부산물이 엄청 많았다. 농민들은 많은 양의 전정 가지를 대부분 야외에서 태웠다. 장화현(彰化縣)에서는 전정가지를 태우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차를 생산할 수 있는 탄화로(炭化爐) 설치를 지원했다. 그 결과 포도 덩굴 4kg당 약 1kg의 바이오차를 생산할 수 있어 탄소배출을 줄이고 농업폐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탄소중립은 위의 사례에서처럼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배나무 전정 가지를 바이오차로 만들어 배밭에 넣는 것도 탄소중립 실천의 한 방법이다. 나주 복암사 스님들이 옷에 숯 염색을 해서 입었던 것처럼 숯 염색 옷을 입는 것도 탄소중립 실천의 한 방법이다. 탄소중립 대처법은 배처럼 옷처럼 가까이에 있다.

 

▲ 숯을 염색한 양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