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장님 여기는 초밥에 밥알이 몇 개가 들어갑니까?”

 

“230개입니다.”

 

“네? 320개가 아닌 이유는요?”

 

“쌀의 품종에 따라 달라지는데 저는 국내에서 밥알이 가장 큰 ‘신동진 쌀’을 사용하거든요”

 

‘신동진 쌀’ 또한 4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지는데 도정 일자와 생산지역에 따라 맛이 조금씩 다르다. 단일 품종으로 높은 등급의 쌀을 사용해야 한다. 지금처럼 날씨가 건조한 날은 나주에서 생산되는 ‘새청무쌀’을 3대 1의 비율로 섞어서 사용한다.

 

“그럼 낮에는 밥양이 더 적어지나요?”

 

“아니요! 낮에는 9피스로 구성된 점심 특선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점심시간에는 260개 정도의 밥을 드립니다.”

 

점심시간에는 9피스 ‘점심 특선 초밥’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밥양을 많이 하고 저녁 시간에는 15피스 ‘특모듬초밥’이 많이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밥양을 적게 만들고 있다.

 

“혹시 밥알을 하나씩 세어 보셨어요?”

 

“네 간장 종지에 물을 붓고 밥알을 이쑤시개로 밥알을 흩트려서 세어 보았습니다.”

 

하도 묻는 분들이 많아서 손님이 뜸한 시간이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직접 밥알을 세아리곤 한다. 20년 가까이 초밥 요리를 해오고 있지만 밥알이 230알, 260알이 아닌 경우도 있다. 

 

왼손으로 생선 살을 잡으면서 오른손을 저울 삼아 밥양을 조절하게 되는데 밥 위에 올라가는 생선의 모양과 무게는 생선의 종류 에 따라 다르므로 초밥마다 밥양의 차이는 항상 있는 것이다. 

 

생선 무게에 비례해서 밥양을 맞춘다면 양이 너무 많아지고 반비례해서 밥양을 줄이면 생선 맛에 밥맛이 죽어버린다는 것을 고려해서 초밥을 만들기 때문에 밥양은 계속 바뀌게 된다.

 

손님께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손님의 성별과 키와 체격을 파악하면서부터 밥양을 설정하기 시작한다.

 

손님들 간의 분위기와 음주 여부에 따라 밥양을 조절해야 한다. 술자리라면 당연히 밥양을 줄이고 간을 강하게 해야 한다. 손님들이 초면의 식사자리라면 간을 약하게 하고 생선 길이를 줄여야 한다. 정중한 자리라고 판단된다면 칼집을 많이 넣어 식사 중에 씹는 횟수와 소리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작은 주방 안에서 매일 반복되는 단순한 노동일이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누군가에게는 인생이 걸려있는 식사자리가 될 수도 있고, 삶의 활력을 넣는 식사시간이 될 수도 있다.

 

‘좋은 식당’이라는 것은 높은 매출이나 편리하고 멋지게 꾸며진 인테리어보다는 손님을 향한 진실한 마음과 ‘배려’에서 시작된다. 

 

‘정확한 초밥 밥알의 개수’를 고집하기보다는 손님의 표정과 분위기, 방문하시는 시간을 한 번 더 헤아려 요리할 수 있는 것이 오랫동안 가게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