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6년 개교한 남평초등학교 교정에 자리한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95호 ‘동사리 석등’ 뒤 오래된 거목이 객사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가슴 속에 강물이 흐르고 있음을 느낀다” 드들강변에 카페 ‘강물 위에 쓴 시’를 운영하는 시인 홍관희(65세) 씨는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문학에 빠져 들었다고 한다. “학교 도서관에서 데미안 등과 같은 문학서적을 접했는데, 책 속에 상상도 못한 아름다운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됐다”는 홍 시인은 “단어 하나하나가 가슴에 울림을 줬다”고 한다. 1982년 ‘한국시학’에 시 ‘갈대’로 등단한 홍 시인은 산업화에 밀려나 사라진 갈대처럼 ‘시대상황’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광주민중항쟁 당시 계엄군의 총탄에 하반신 마비를 당한 친구를 지키지 못했다는 책임감을 안고 산다는 홍 시인은 “군 복무 중이라 광주항쟁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며 “전역하고 나서 친구들을 만나 비통한 소식을 듣고 난 뒤부터 시대와 민족, 민중, 민주와 같은 현실참여적 창작활동에 더욱 매진했다”고 한다. KT에서 30여년 근무하고 퇴직한 홍 시인은 “은퇴하면 강변에 카페를 열어 시 쓰고 문우들 만나며 살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2년여 동안 커피 관련 공부 등을 했다”며 “운명처럼 드들강에 자리잡았다”고….

 

드들강변에 뽕나무를 심어 누에를 쳤다는 유정순(92세) 씨는 “나무가 작을 땐 1장(누에알 2만개), 크면 2장까지 했으니까 솔찬했다”며 “우리 마을은 강변이라 비가 많이 오면 남평중이나 광남고로 피할 때가 많았다”고 한다. 광주시 남구 대촌동이 고향인 유 씨는 “광주서 사업하다 은퇴한 큰 아들 내외가 고향으로 돌아와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28세에 혼자 돼서 3남매 키우느라 청소일이며 식당일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는 김정자(73세) 씨는 “7세에 어머니 돌아가시고 오빠가 진 빚까지 갚아야 했다”며 신산한 삶을 꺼내놓는다. 평산리가 고향인 김 씨는 “주말에 다니러 오는 자식들 주려고 한다”며 텃밭에서 상추며 파를 수확하는 손을 재게 놀린다.

 

▲ 드들강과 월현대산 공원 사이에 강변도시를 품은 동사리가 있다.

 

다도면 덕동리가 고향으로 식육식당 ‘즐거운 하누’를 운영하는 최이규(46세) 씨는 “음식 장사는 열심히 진실되게 해야 한다”며 “부모님과 함께 농사지은 채소로 밑반찬을 하고 투뿔 이상 한우를 써서 육수를 직접 만든다”고 한다. 광주광역시에서 중고가전 수리·판매업을 하다 폐업한 최 씨는 “2019년 이곳에 오기 전엔 제주도에서 자동차정비공장, 조경회사 등에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삶이 여유롭고 사람사는 맛이 있다”고 말문을 여는 ‘드들헤어샵’ 설이(48세) 원장은 “광주의 큰 학교생활에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큰아이 교육을 위해 작은 학교를 찾아 이사왔다”며 “드들강과 월현대산 공원이 있는 이곳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며 웃음짓는다.

 

광주광역시에서 이사 온 지 7개월 됐다는 김재희(33세) 씨는 “남편이 광주에서 핸드폰 매장을 하느라 바빠서 많이 못 다녀봤지만 인근에 갈 곳이 많아 시간 나는대로 둘러볼 생각”이라며 “임신 8개월째인 셋째가 태어나면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즐겁다”고 한다.

 

“여자들은 육아를 매개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를 사귀기도 하는데 남자들은 출퇴근하기 바빠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지만 또래 친구 한명과 가끔 만난다”는 이승봉(43세) 씨는 “광주에서 나서 자라고 택배업을 하는데 마침 일주일에 하루 쉬는 날”이라며 “결혼하면서 집사람 고향인 남평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 동사리 강변도시에 조성된 ‘타이거즈로드’에서 기아야구팀 김응룡 전 감독 흉상과 선수 소개자료 등을 만날 수 있다.

 

고향인 오계리에 부모님이 살고 계셔서 은퇴하고 가까운 곳으로 이사왔다는 최영순(70세) 씨는 “중학교 진학을 위해 광주로 나갔다 50여년 만에 돌아왔다”며 “버스가 많지 않아 할머니와 함께 고향집에서 남평까지 쌀가마니며 살림살이를 머리에 이고 걸어와서 광주 가는 차를 탔다”고 한다. “드들강을 가로지르는 출렁다리가 있었는데 언젠가 없어졌다”는 최 씨는 “강을 따라 데크길을 만들면 걸어서 친정집까지 갈 수 있다”며 바람을 토로한다. 우산리에 있던 남평동초등학교 친구들과 2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한다는 최 씨는 “나이는 먹었지만 만나면 초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며 천진하게 웃는다.

 

광주광역시청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하고 2018년 강변도시로 온 윤재명(71세) 씨는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 등산이며 마라톤, 자전거 등을 즐기기에 너무 좋다”며 “광주에선 뭘 하든 차로 이동해야 하는데 여기는 바로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강 건너 사자산은 호랑이상의 호산(월현대산)을 바라보며 웅크린 형상”이라는 윤 씨는 “강변도시 주변으로 매봉산과 중봉산, 정광산, 금당산 등을 모두 다녔다”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큰 병원이 없어 광주로 가야 한다는 점”이라고 덧붙인다.

 

동헌의 동쪽 문과 객사가 있었다 하여 동사리란 이름을 얻었다. 1906년 개교한 남평초등학교 한켠에 ‘남평현 동헌 유지비’가 있고 관찰사와 현감의 공을 잊지 말자는 9기의 불망비와 함께 항일독립운동가로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된 ‘의사 이산 윤승현’을 기리는 비와 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95호 동사리 석등이 있다. 동사리는 1974년 2리가 분리된 뒤 강변도시가 조성된 2016년 3~9리가 생겼고 올해 10리가 신설됐다. 

 

 

 

 

“한독공고에서 처음으로 대기업 공채에 합격했다”

 

“6남2녀 중 4남으로 대학에 진학할 형편이 안 돼 공고로 진학해야 했다”는 진춘국 남평읍 이장단협의회 회장(동사2리 이장)은 “LG그룹이 된 금성그룹 계열 전자회사에 취직해서 25년을 근무하고 2011년 LG이노텍 부장으로 퇴직했다”며 “처음부터 50세까지만 직장생활을 하겠다고 맘 먹었다”고 한다.

 

직장에 다니면서 야간대학을 마치고 ‘근골격계질환 증상분석을 통한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전자 제조사업장을 중심으로)’로 석사학위(2006. 조선대학교 대학원 산업안전공학과)까지 받은 진 회장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산업현장의 변화를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그룹 해외사업장의 ESG경영 평가업무를 맡을 만큼 관련된 여러 자격을 취득했다”며 “업무와 배움에 대한 욕심이 많아 LG일등강사, 사업장 안전보건강사에 이어 안전보건 분야 국제표준인 OHSAS 18001 국제심사원 자격까지 취득했다”고 목소리에 힘을 준다.

 

퇴직하던 해 마을 이장을 맡으며 남평읍 새마을회 총무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진 회장은 “사랑의 집 고쳐주기 활동 중 오래된 소파 매트리스 속에 쥐똥이 바글바글한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며 “고치고 치우고 난 뒤 깨끗해진 집을 맞은 어려운 이웃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활동일지 정리며 사업비 집행 정산 등 꼼꼼히 일처리로 회원들의 신뢰를 받았다”는 진 회장은 올해 나주시새마을회 회장에 선출됐다.

 

“동생 소개로 봄에 만나 가을에 결혼했다”는 진 회장은 “어머니가 ‘둘이 천생연분이니까 시간 끌 거 없다’고 재촉하셨다”며 “30년 넘은 직장생활로 힘들만도 한데 승진공부에 여념이 없는 집사람을 보면 한켠에서 안쓰럽기도 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