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에 발표된 노래 추풍령은 이 무렵 경부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어서 더 기억에 남아 있을 수도 있겠으나, 가사가 주는 정서는 어려운 시대에 쉽지 않은 삶의 역경을 담고 있어 저마다의 심경을 노래가 달래주는 것 같아 더 많은 사람들의 입을 통해 불렸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이 된다. 이러한 추풍령의 역은 충청북도 영동군 추풍령면 추풍령리 336-90번지. 추풍령로 444에 자리하고 있고, 경부선의 중간정도에 위치한다.

 

추풍령역 앞으로는 면사무소와 초등학교, 지서와 보건소, 우체국과 농협, 여관과 교회, 치킨집 3군데, 다방 5군데로 한적한 시골의 전형 그 자체다. 2층 옥상을 갖춘 현대식 건물의 역도 시골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역사 내에 급수탑공원이 있다. 옛 증기기관차가 달리던 시절에 물을 공급하는 탱크로 경부선 구간 중에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기도 하지만, 동그란 원형이 아닌 유일의 정사각형으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러한 추풍령역에서 어떤 시나 가사에 가락이나 음악적 부호인 음표를 붙여 부르는 것이 노래라는 것은 다 알고 있지만, 새삼 마음의 모퉁이에 자리한다. 삶의 희로애락이나 감정을 몸 밖으로 표출 또는 분출하는 노래. 동안 세월 따라, 시대에 따라, 유행에 따라 수많은 노래를 듣고 불러왔다. 다만 나 자신은 타고난 음치래서 자신 있게 부른 노래는 거의 없다. 그래도 노래가 좋았다. 특히 라틴계열의 노래나 탱고 리듬이.

 

태어나서 네다섯 살 즈음인가? 학교 관사에서 살 때 옆집 김홍기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유정 천리’라는 노래가 일반 대중가요와의 첫 만남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선 ‘산토끼’ 같은 동요로부터 4학년 겨울방학을 앞두고선 날마다 고향 역에서 월남으로 떠나는 군인 아저씨들을 향해 ‘맹호는 간다.’라는 군가를 수도 없이 목청껏 불러댔다. 흰 눈은 펑펑 내리고 굼뜬 열차는 우리를 뒤로했다. 슬펐다.

 

점점 까까머리로 지내는 동안 학교에서 배우는 노래는 재미도 없고 해서 라디오에 흘러나오는 노래 가사를 받아 적다가 더 진일보한 게 카세트테이프다. 마음에 드는 노래가 나오면 주저하지 않고 녹음 버튼을 눌렀다. 그러다가 우리 가요는 어딘가 촌스럽다며 주로 팝퓰러 뮤직이나 스크린 뮤직, 샹송, 칸초네, 파두 등 월드뮤직 정도의 음악이나 가곡, 클래식을 좀 안다는 축에서 우쭐대기도 했었다.

 

우리 가요도 주로 ‘별이 빛나는 밤에’나 ‘밤을 잊은 그대에게’와 FM 라디오 프로그램에 익숙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의 나이가 든 지금도 간드러지게 목소리를 꺾고 떠는 트롯에 대한 거부감은 트라우마처럼 크다. 그러함에도 흘러간 옛 가요가 흘러나오면 가사에 주목하곤 한다. 바로 강점기로부터 한국전쟁과 피난시절의 애환과 열사의 나라 중동의 타국에 계신 아빠를 그리는 그 시대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큰 까닭이다.

 

“돌아오네 돌아오네 고국산천 찾아서”와 같은 ‘귀국선’이나, “은마차 금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 사랑을 싣고 가는 서울 거리냐”의 ‘울어라 은방울’과 같은 노래 속에는 광복의 기쁨이 넘쳐흐르고, “다 같은 고향 땅을 가고 오건만 남북이 가로막혀 원한 천릿길”이라며 남인수의 ‘가거라 삼팔선’은 분단의 현실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동족과 동족이 서로를 해하는 적이 되었다는 게 마음을 헤집어 운다.

 

이렇게 대중가요는 사회나 시대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것으로 광복이나 분단 등 당시의 정치나 사회적 분위기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어 시대상을 반추하는데 크나큰 정서를 대변하는 광범위한 자료이기도 하며, 사랑이나 이별 따위의 개인적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함께 보릿고개와 새마을 운동 등 점점 빈곤을 엑서더스하며 천한 사랑 타령으로 변질하여 온 게 트롯이다. 

 

긴급조치나 유신정권으로 대변하는 야만이 지배하던 억압의 시대에 ‘타는 목마름으로’와 같은 저항이 무엇인지? 의식 무엇인지? 도 모르고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곱게 눕고 기는 풀과 같이 낮은 민초 수준의 노래라는 인식이 지금도 나에게 지배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는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객관화하지 못한 것으로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라 해도 할 말이 없고, 그렇다고 애써 부인하고 싶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다. 

 

흐르는 세월과 함께 나이는 늙고 어깨는 자식의 어깨보다 좁아졌다. 티브이 리모트컨트롤의 소유권도 자연스럽게 내 손을 떠난 지 오래다. 그런 까닭에 동안 무시하다시피 했던 1세대 아이돌스타들이 90년대를 풍미했던 노래로, 지금의 젊은이들이 그나마 더 젊었던 시절을 추억하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었다. 소위 우리의 시대라 말했던 7080과는 어제로부터 이어져 온 오늘이 아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