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은일 요리연구가

식당을 운영하면 일주일에 10번 이상은 꼭 광고 전화를 받는다. 20평 남짓한 가게에 필요도 없는 초음파 식기세척기부터 건강식품, 영화표까지 특별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말과 함께 마지막 기회라는 강조한다. 불편했으며 잔 고장 또한 많다는 것이 하나같은 답변들이었다. 특히 식당에서 제공하게 되는 영화 티켓은 평일에만 볼 수 있으며 예약하는 방법 또한 상당히 불편하다. (나 역시 당했다.)

가게에 실질적인 매출 상승을 도와주겠다는 전화도 많이 받는다. ‘부산 3대 맛집’ ‘강남 맛집’처럼 검색창에 “‘나주 맛집’ ‘나주시 맛집’이라고 검색만 하면 1번째 장에 나오도록 해주겠다”,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집으로 만들어주겠다” “6개월 안에 연 매출 3000만 원 이상 오르게 해주겠다” 등등 거절하기 쉽지 않은 말들만 한다.

얼마 전에는 유명개그맨을 방문하게 하여 직접식사를 하고 사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가게 소개를 20분간 유튜브 채널에 게시해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가격은 385만 원이다. 지상파 맛집 소개방송, 생활의** 등의 가격이 1500만 원에서 3000만 원인데 비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최근 주말에 방문했던 어떤 고깃집은 식사를 주문하기도 전에 ‘네이버 영수증논평’을 작성해 주시면 고기 1인분을 더 주겠다고 공지까지 크게 걸어놓았다.

“식사하고 결제해야 영수증이 생기고 그래야 방문자 리뷰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요?”라고 되묻자 “아니에요~ 요즘은 다들 이렇게 해요!”라는 답변과 미소가 보인다.

귀찮더라도 1인분에 1만 원이 훨씬 넘는 가격인데 하지 않을 수 없는 마케팅이다.

1년에 6번 이상은 메일과 우편물도 도착한다. ‘한국소비자평가원’ ‘한국브랜드대상’ ‘한국의 영향력 있는 사업장’ 등의 이름으로 상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정 금액을 지급하면 트로피와 명패, 상장 그리고 무대에서 기념촬영을 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가격은 40만 원에서 150만 원이다.

몇몇 가게들은 거기에 속아 넘어가서 비싼 돈을 주고 가게 앞에 자랑스럽게 별 5개짜리 명패를 부착한다. 재밌는 것은 국가기관 등에서도 **밥상, *한가게 등의 이름으로 비슷한 이벤트를 몇 년째 이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광고업체처럼 자영업자인 신청자들을 선별하여 명패와 상장을 수여하는 식이다. 특정관공서와 특정 정치인들의 영향력을 높이고 자영업자들끼리의 경쟁을 부추기고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지만 이런 이벤트 또한 힘 있는 공무원들의 실적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아무도 반발할 수가 없다.

검색창에 지역 맛집을 검색하면 대부분이 광고로 이루어져 있다. 검색 엔진과 협업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다. 창업 초창기부터 맛집으로 거듭나기 위해 요리를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강화하기보다는 걸려오는 마케팅회사의 광고에 넘어가 광고비용에 돈을 쏟아붓고서 얻게 되는 명성은 결코 오래갈 수 없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에 많은 검색량이 걸려있는 ‘트패픽’을 잡지 못한다면 인터넷에 본인의 가게가 노출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당연히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러니 자영업자는 값비싼 광고를 ‘울며 겨자 먹기’로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