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한국농어촌관광학회 수석 부학회장 허북구

내년 2월 21일부터 23일까지 일본 신주쿠(新宿區) 오치아이(落合)와 나카이(中井)에서는 염색 샛길(染の小道, 소메노코미치)이라는 이벤트를 한다. 오치아이는 신주쿠 북서부의 칸다강(神田川)과 묘쇼지강(妙正寺川)이 합류하는 곳에 있으며, 나카이는 묘쇼지강을 사이에 두고 오치아이와 마주보고 있다.

오치아이와 나카이는 과거 일본 전통 염색의 1번지였다. 현재도 전통 염색은 지역의 특화 산업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염색 공방들이 있다.

그런데도 지역 사람들조차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음에 따라 2009년에 지역의 염색예술가 몇 명이 모여 합동 전시회를 통해 지역의 염색 공예전통을 상기시켰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매년 2월 중․하순경에 ‘염색 샛길’ 행사를 개최한다.

‘염색샛길’ 행사는 오치아이와 나카이 지역의 염색에 대해 알리는 것과 함께 인정과 개성이 넘치는 상가(商街)를 알리고 활성화하기 위해 염색을 자원화한 도심 활성화 프로젝트이다.

행사 내용은 크게 ‘거리의 갤러리’와 ‘강의 갤러리’로 구성돼 있다. ‘거리의 갤러리’는 100여명의 염색 작가들이 노렌(暖簾, 일본의 가게나 건물의 출입구에 쳐놓는 발로써 특히 상점 입구에 걸어놓아 상호나 가문 문양을 새겨놓은 천)을 손 염색하여 출품하면 그것을 걸어 놓고자 하는 가게와 연결시켜서 가게 앞에 3일간 걸어 놓는다. ‘강의 갤러리’는 묘쇼지강(강이지만 도시 사이에 있는 하천이다)위에 물길 따라서 200m 정도의 구간에 지역민들이 염색한 천을 장식해 놓는 이벤트다.

‘염색샛길’ 행사 때는 ‘거리의 갤러리’와 ‘강의 갤러리’를 보기 위해 아주 작은 시골 도시에 1만명 정도가 모이게 되면서 지역을 알리는 것과 함께 음식점의 매출이 급상승한다. 이 행사에 몇몇 한국 염색작가들도 노렌을 출품하고 있는데, 내년에는 숫자가 늘어나 일부 구간에 한국인 작가들의 노렌을 걸어 놓고, 한국의 거리로 명칭을 붙일 것으로 예정되어 있다.

‘염색샛길’ 행사는 지역 염색가들, 상가 사람들, 지역 기업, 자원봉사자들이 ‘염색샛길 실행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15년이 되도록 중단되지 않고 해마다 발전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행사 기간에는 외국인도 많다. 무엇보다도 이 행사는 지역을 알리고, 상가의 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 가을 우리나라에서도 ‘염색샛길’ 과 유사한 행사가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 나주 샛골 정가마을에서 펼쳐졌다. 정가마을에는 정관채 염색장 전수관이 있고, 정관채 염색장으로부터 쪽 염색을 배운 공예인들이 터를 잡고 이사를 오거나 공방을 개업한 곳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비롯해 염색장 보유자 정관채 및 전승자가 활동하는 ‘샛골쪽염색보존회’가 주최한 ‘샛골쪽염색축제’에서는 장인의 물건과 쓰임에 대한 이야기, 전통섬유공예 워크샵, 염색장 보유자와 함께하는 쪽 염색 체험, 개방한 공방에서 천연염색 작품 전시, 지역 음식의 제공 등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됐다.

지역민들이나 관에서는 같은 시기에 개최된 ‘나주영산강축제’에 주목하면서 ‘샛골쪽염색축제’는 묻혀 졌으나 다수의 외국인들과 서울 등 외지에서 방문한 사람들이 꽤 되었다. 이들은 조용한 시골마을을 방문해서 우리의 쪽 문화와 함께 그 쪽 문화를 만들어 낸 땅, 물, 염료 제조도구, 시설, 염색방법 그리고 사람들을 직접 만나 보는 특별한 경험에 만족하면서 내년에 또 올 것을 약속하고 돌아갔다.

우리나라에서 나주밖에 없는 나주 전통 쪽의 특별함과 분위기, 방문했던 사람들의 입소문 그리고 주최 측의 노하우 축적이 자산화되어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면서 지역관광 활성화와 나주의 문화적 브랜드 가치 향상에 기여하고, 그 혜택은 염색 샛길(染の小道)이 개최되는 일본 오치아이와 나카이처럼 지역으로 돌아 갈 것이다. 하여 지역에서부터 ‘샛골쪽염색축제’에 관심을 갖고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길 기대한다.

▲ 샛골쪽염색축제에서 전시된 염색장의 물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