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는 ‘나주파시’, ‘나주꾸리감’, ‘나주장둥이’라는 자생감이 있다. 나주파시(羅州巴柿)'는 완전히 떪은 감 종류로 모양은 옆으로 긴 사각형 모습을 하고 있다. 과실 측면에 골이 있다 해서 '골감'으로도 불린다. 

 

‘나주꾸리감’은 떫은 감이며, 이름은 둥글게 감아 놓은 실타래를 뜻하는 꾸리에서 유래된 것으로 과실 형태가 가늘고 긴 모양이다. ‘나주장둥이’는 떫은 감으로 길이가 길고 뾰족한 감 품종이다. 이 세 품종은 모두 나주 자생종으로 자생지인 나주가 이름에 붙어 있는 공통점이 있으나 각기 모양과 맛, 성분 등이 다르고, 용도 또한 다르게 사용된 경우가 많았다.

 

감의 용도는 과거의 경우 감나무를 선택해서 식재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나주임씨 대종가에서는 8월에 있는 제사용 떡에 사용하기 위해 수확기가 빠른 감나무를 심어서 이용했고, 그 감나무는 지금도 남아 있다. 

 

나주 밀양박씨 청재종가에서는 조·중·만생종을 골고루 심어서 용도에 맞게 이용했다. 조생종은 제사 등 확정된 행사가 있는 경우 또는 다른 과일이 출하되기 전에 감을 탈삽해서 식용하기 위해 많이 심었다. 만생종의 경우 곶감용 또는 한 겨울에 제사가 있을 때 늦게 수확한 만생종 감을 항아리 속에 넣어 두고 연시를 만들어서 이용하기도 했다. 감은 수확시기 못지않게 과육의 단단함이나 당도 등도 용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수정과용은 과육이 단단해서 수정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과육이 풀어지지 않은 것을 많이 이용했다. 감 깍두기용 역시도 과육이 단단하고 큰 것이 선호되었다.

 

염색용은 과육이 단단하지 않고 수분함량이 많으면서도 타닌 함량이 많아 떫은 것이 선호되었다. 나주 자생종 또한 그 특성에 따라 용도가 다르게 사용되었는데, ‘나주장둥이’는 크고 과육이 단단해서 깍두기용으로 많이 사용되었고, 물에 우려서(탈삽) 간식용으로 많이 이용되었다. 가정에 따라서는 연시용으로도 이용되었다.

 

‘나주파시’의 성숙된 과실의 무게는 평균 155g 정도로 다소 큰 편이고, 당도는 19.3 브릭스(brix·물 100g에 녹아있는 당의 g수)로 높은 편이다. 나주에서 연시(軟柿), 건시(乾柿)와 함께 감식초 재료 등으로 이용된 것과 감물 염색용으로 선호되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나주파시’가 염색용으로 많이 이용되었다고 하면 생뚱맞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나 과거 나주에서는 감물염색이 상당히 많이 이루어졌다. 영산강변의 사람들은 대부분 감물로 염색된 어구를 사용했으며, 영산강의 어부들은 감물로 염색된 그물을 사용했다. 또한 감물로 염색한 옷을 작업복으로 삼았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나주 자생종 감에는 위와 같이 나주의 식문화(食文化) 및 염색문화가 관련성이 깊다. 그런데도 나주밥상과 나주천연염색 측면에서 이들 나주 자생종 감은 주목받지 못한채 사라지고 있다. 나주자생종으로 만든 감식초, 나주 자생감 즙액으로 염색한 천연염색을 기대하기에 앞서 나주 자생종 감의 존재자체도 아는 사람이 드물고, 이용 문화와 자원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