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가는 마지막 물목 
강물 휘어 도는 그윽한 자리에
정자 하나 오도카니 강을 지키네
오늘도 찾아오는 이 없어 적막한데
오백 살 푸조나무 잎만 더 푸르구나
잘 다듬어진 코스모스 길에는
꽃 구경꾼들 구름처럼 흐르고
물오리 떼 날개치는 소리에 소스라치다
식영정(息營亭)은 음풍농월보다는
사람과 세상을 경영하기 위해
세워진 집이라는 걸 알랑가 몰라
나루터에는 쪽배가 한가롭고
왕건에게 나주 길 터준 꿈의 여울엔
갈대 피리소리 구슬프다

▲ 몽탄 식영정. (촬영=라규채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