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곡에서 왔을때 노인의 장례가 끝났음을 무덤앞에서 곡하다(自林谷來 時聞魯認葬入 哭墳前)

偃蹇好男子  우둑 솟은  좋은 남자로
自期非俗徒  스스로 속되지 않은 이 기약하였네
宦成僉萬戶  벼슬은 첨만호가 되었고
班止大中夫  반열은 대중대부에 그쳤구나
沙土莊英魄  전쟁터에서 빼어난 기백을 떨쳤고
風雲閟壯圖  풍운 속에서 장대한 계획 간직했네
應隨金烈士  마땅히 김열사를 따라서
直掃建奴區  곤장 건주의 오랑캐를 쓸어버리리
※ 김열사 김응하 장군이다(金應河也 원주)

이 시는 나주 문평에서 노사증의 아들로 1566에 태어난 노인의 장례에 참가하지 못한 시서선생께서 뒤늦게 금계 노인선생의 묘소에 가서 읊은 시이다.

금계선생은 기상이 독특하고 성행이 순효하고 중후하기가 산악같았다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첫구절에 나와 있습니다. 선생은 참봉 나항에게 배우고 이정구 김광운과 종유하고 1582년 진사에 합격하여 문장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 김종순 고대문화TF팀장

1585년 별제에 제수되고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권율과 함께 왜적을 여러차례 물리쳤다. 1597년 남원전투에서 포로가 되어 일본으로 끌려갔다가 1599년 탈출하여 중국에서 양현사서원에서 강론하니 중국인들이 해동부자라 칭하였다. 1600년 귀국하여 1606년 수원부사를 거쳐 황해수사에 임명되었다. 이후 광해군때 병을 칭하여 사직하고 고향에서 소요하다 1622년 57세 나이로 돌아가셨다.

시서 선생은 이때 임곡에 있다가 소식을 듣고 왔으나 늦어 이렇게 당시의 상황을 시로 남기고 있는 것이다. 이시의 지은 시기는 금계 선생이 돌아가신 1622년 즉 선생의 나이 54세 지은 것이다.

아마도 2살 차이의 금계 선생과 시서선생은 친하게 지낸 사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시의 뒷부분에 나오는 김열사는 원주에 이르기를 김응하장군이라고 기록하며 김응하에 대한 시도 남기고 있다.

김응하 장군을 애도하며(悼金將軍應河)

一弓射殺萬千胡  활하나로 수천의 오랑캐 사살하니
夷夏皆稱烈丈夫  천하가 모두 열렬한 장부라 일컫는구나
手指盧河期直搗  손으로 노하를 가리키며 곧장 쓸어버릴 것을 기약했고
氣呑牛嶺擬長驅  기세는 우령을 삼키며 말을 길게 몰 것을 계획 하였네
倒戈副帥先偸賊  창을 거꾸로 든 부원수가 먼저 적에게 투항하고
免冑元戎請作俘  투구를 벗은 원수는 포로가 될 것을 청했네
冒白張空顔獨卨  흰 칼날을 무릅쓰고 허공에 펼쳐 면목이 홀로 서니
謾將功業寫新圖  그저 공훈을 새로운 그림으로 그릴 것이네

여기서 말하는 김응하 장군은 1580년 철원 어운면 갈운동(현재 하갈리)에서 태어난 태어나 26세에 무과에 급제하였다. 1616년 후금을 세운 누루하치가 1618년 명나라 동부지방을 공략하자 명나라는 우리니라에 원군을 청하는데 도원수에 강홍립를 임명하고 1만3천의 군사로 원근을 떠난다.

▲ 김응하 장군 묘소

이때 선천군수 김응하는 좌영장으로 3천의 군사를 거느리고 심하에서 혈전을 벌여 장렬히 전사하니 강홍립은 남은 군사를 이끌고 항복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알고 있던 시서선생은 금계선생의 죽음과 더불어서 이를 상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의 내용이 이러한 사실을 잘 뒷받침하고 있는 것 보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