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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호] 승인 2008.02.22 00: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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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숙
언제 도망갔을까
앞산 바라밀에서 하하하
대갈하고 있는 저 붉은 생명체
분명 울울창창 나를 데우던
화목보일러의
불꽃 아닌가
저토록 이글거리는 에너지였으니
내 청춘이 그리 뜨거웠구나
그리 활활 타올랐구나 그리 쿵쾅거렸구나
우리 함께
바라밀을 꿈꾸었는데
나는 불씨를 잃어
애정영화에도 건넛집 불구경
백마의 황홀한 갈기에도 말똥말똥
식어가는 아랫목,
차가워지는
혈관이 으슬거릴 때마다 이유도 모르고 서글펐지
아무리 군불을 지펴도 세월의 군살에 데룩데룩 무거워진
꿈이 점화가 안
되니 저 혼자서 가출을 결행하였구나
심장은 낡아가는 무쇠를 버리고 타오르는
이상만 얼싸안고 외로운 길을 떠났을까
나는 독립하여
의젓해진 자식을 보듯이
한 세대의 거리만큼 떨어져서 떠나간
열정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한때 내 것이었으나
이제 다시는 내
것이 될 수 없는 다른
여자의 남자 같은 저 은밀한 욕망의 집결체
출출출出出出 떠났으니
나도 출출출出出出 바라볼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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