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1월 1일 신년 단배식이 끝난 다음 오후 1시 5지대 결성식이 열렸다. 5지대 간부, 대원과 총사령부 직원 및 내빈 다수가 참석한 가운데 작달막한 몸매의 지대장 나월환이 창설 선포식을 낭독하였다.

‘본인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 방략에 위배된 행동을 하지 않으며, 한국 광복군 공약을 준수하며, 한국 광복군 명령을 절대 복종할 것이다. 직무에 충실하여 조국 광복 운동에 지성을 다하여 희생적으로 헌신하기를 자에 선서합니다.’

 나월환을 지대장으로 이하유, 박기성, 김동수, 이해평 등을 간부로 하는 제5지대는 서안에 본부를 두고 총사령부를 호위하면서, 일부 간부는 장병들을 훈련하는 임무에 종사하는 동시에 일부 간부는 하남, 하북성 등지로 나가 우선 초모, 선전, 정보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지대장: 나월환(羅月煥)
부대장: 김동수(金東洙)
군사조장: 박기성(朴基成)
정훈조장: 이하유(李何有)
예술조장: 한유한(韓悠韓)
공작조장: 이해평(李海平)

 광복군 5지대로 편입된 청년전지공작대는 여타 지대와 마찬가지로 모병(募兵)의 임무를 부여받았고, 징모처 5분처가 되었다.

제5분처는 전지공작대 시절부터 전개해 온 활동을 그대로 계승, 지속적인 초모활동을 전개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제5지대는 초기에 편성된 4개 지대 중 가장 많은 병력을 확보하면서 광복군의 주력부대로 발전해 같다. 초기에 광복군 지대는 5지대를 제외하고는 실제 병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서안에 이전한 총사령부가 우선 서안에 있는 병력을 나누어 지대장과 간부들을 임명하여, 그 예하의 단위부대로 지대를 편성한 것이다.

그리고 각 지대로 하여금 초모활동을 통해 자력으로 병력을 확보토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지대가 단위부대로 발전해 나가도록 한 것이다.

청년전지공작대가 5지대로 편입하면서 광복군 단위부대는 제1, 2, 3, 5지대 등 모두 4개 지대로 편성되었다. 이로써 광복군은 총사령부와 지대를 기본골격으로 하는 부대편제를 갖추었다.

전지공작대의 편입과 이에따른 5지대의 편성은 창설 초기 광복군이 거둔 가장 큰 성과였다. 1백여 명의 병력을 확보하고 있던 전지공작대를 광복군에 편입시킴으로써, 30여 명으로 출발한 광복군의 병력이 크게 증강한 것이다.

광복군에 편입된 5지대는 이후에도 전지공작대 때 도청선철도 연변을 중심으로 전개하던 초모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갔다.

초모인원수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지만, 1941년 6월초 지대장 나월환이 보계수영소(寶鷄收容所)에서 “신동지 00명을 영접해 온 것”을 비롯하여 “적후공작 동지 김00가 신동시 00명을 영솔하고 귀대하다”, “김00가 동지 00명을 영솔하고 돌아오다” 등 적후방에서 초모활동을 통해 많은 병력을 확보해 가고 있었다.

초모활동과 함께 5지대는 초모된 대원들에 대해 군사훈련을 실시, 이들은 군사간부로 양성해 내고 있었다. 중국 중앙전시간부룬련소 제4단내에 한국청년훈련소를 특설, 초모해 온 인원들을 이곳에 집단수용하여 교육과 군사훈련을 실시하였다.

광복군 주력부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하에게 나월환 암살

 초모활동과 군사간부 양성을 통해 제5지대는 4개 지대 중 가장 많은 병력을 확보하면서 창설 초기 광복군의 초석을 마련해 가고 있었다.

그런던 중 1942년 3월 1일 지대장 나월환이 대원들에게 살해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나월환 암살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이 사건과 직, 간접으로 관련된 인사들의 회고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있기는 하지만 주관적인 면이 강하게 풍기고 있다. 어째든 이 사건은 광복군 내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고, 이로 인해 5지대는 물론이고 광복군 전체가 커다란 동요를 겪게 되었다.

광복군의 주력부대로 성장해 가던 제5지대는 지대장의 암살로 구심점을 상실한 채 거의 마비상태에 빠지고 만다.

나월환 살해혐의로 대원 중 20여 명이 체포되었고, 이들 중 박동운, 이하유, 김동수, 이해평, 이도순, 고여순, 김송죽, 김용주 등 8명이 사형내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에 대한 조사와 재판은 중국군 제34 집단군 중앙전시간부훈련단 제4단에서 이루어졌고, 살인자 박동운은 사형, 주모자로서 이하유, 김동수는 무기형, 이해평, 이도순, 고여순은 15년형, 김송죽, 김용주에게는 각각 2년형이 선고되었다.

1942년 3월 1일 3·1절 기념식을 마친 후 제5지대 본부에서 대원들에 의해 살해되었다. 호종남 부대에서 영화관람권을 얻어다가 대원들에게 분배하고 있을 때 박동운이 그를 살해했다고 정화암은 회고하였다.

나월환의 시체는 며칠 후 5지대 본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서안시 연호공원 안에 있는 우물 속에서 발견되었다. 이때 같은 우물 속에서 1년 전에 행방불명되었던 현이평의 시체도 함께 발견되었다.

이 사건에 대해 5지대원이었던 甲寅이 1975년에 쓴 『회상의 황하』에 당시 정황이 잘 기록되어 있다.

‘1942년 2월 산시 공작에서 돌아와 5지대 부관을 맡아보던 김용주 동지로 하여금 놀랄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2월 28일 자기 책임 하에 있는 보급창고 자물쇠가 파손된 사실이다. 그 열쇠는 김동지가 가지고 있었고, 3·1절 휴가로 간사단(幹四團)에서 돌아온 동지들의 대부분이 외출하고 배탈이 나 남아있는 사람이라고는 김해성동지 한 사람밖에 없었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창고 안에 들어가 샅샅이 조사하여 보니 마대 2장이 분실되었을 뿐 큰 사고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3월 1일부터 나 지대장의 행방이 묘연하였다.

지대안은 들끓기 시작하였다. 중국 경비사령부에서 조사가 시작되었고 며칠 지난 후 나 대장은 시체로 나타났다. 二府街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연화공원 우물에서 마대가 발견되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시체는 나 대장이었고 말이 없었다. 그 마대는 자물쇠를 부스고 도둑질한 그것이 틀림없었고, 또 하나의 마대는 지대장의 사물을 넣어 우물에 버린 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박동운 최호성, 이하유, 김강, 이해평, 이도순, 임재남, 김용주, 김해성 등 8-9명이 구속되고 말았다.’

(사진설명) 부하에게 암살당한 나월환의 시체가 연호공원 우물에서 발견되었다. 사진은 연호공원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