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연구소장 하종강이 말하는 우리시대의 희망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하루에도 두세 차례 강연을 하고 차에서 웅크리고 자거나 밤을 새며 글을 쓰는 사람. 힘들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노동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한 길을 막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라는 것뿐이라며, 많이 고생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묵이 메인 적이 한두 번이 아닌 사람. 때론 여성 노동자들의 이상형이 되기도 하고, 죽은 후배를 떠올리며 안타까워하면서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할 이름들을 가슴에 새기며, 오늘 하루도 정신 없이 바쁘게 보내는 사람.

그가 바로 30년 동안 그를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뛰어갔던 《아직 희망을 버릴 때가 아니다》의 저자 하종강이다.

▲ 하종강 지음

이 책은 노동문제 연구소 소장으로 있는 하종강이 자기주변에서 일어난 일들과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등을 저자의 〈노동과 꿈〉 홈페이지에 올린 글 가운데 엄선한 것과 그동안 신문과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묶은 것이다. 또한 여기에 실린 대부본의 글들은 자기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과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족에게 전해주기 위해서 쓰기 시작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요즘 같은 세상에서 만나기 쉽지 않은 노동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또한 노동자들의 고뇌와 슬픔도 전해들을 수 있다.

그는 노동상담과 경험을 통해 만났던, 자신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노동자들의 현장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들려주고 있다.

사복체포조였던 과거를 보상하듯 열심히 일하는 ‘검은 장갑’,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 저자의 이름을 얘기한 것으로, 평생을 미안함을 갖고 살아온 후배의 ‘고문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 죽는 것은 겁나지 않지만 자신의 죽음 뒤에 남겨진 조합원들이 걱정된다는 위원장의 ‘역사의 기관차’, 등등이다.

그는 또 비참한 현실 속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전해주고 있다.
원양어선을 탔다가 다쳐서 선실에 감금된 채 겨우 귀국한 후 보상받지 못한 ‘참치잡이 외항선원’, 노동조합 하는 아들 잃고 스스로 밥벌이하는 유일한 딸도 잃게 된 ‘할머니 이야기’. 바람막이 하나 없는 길바닥에 허름한 의자 하나 내놓고, 가슴에 무거운 기계를 달고 주차장 관리를 하는 아주머니와의 만남 ‘안동에서 만난 아줌마’ 등의 이야기도 있다.

또한 비정규직 고용확산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 죽는 거 외에는 다 해보았다는 KTX 여승무원의 아픔,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과 함께 인권 침해를 당하는 외국인 노동자, 분단이 라는 특수한 문제로 인해 매번 노동자가 희생당하고 넘어가는 우리시대의 상황, 노동자 권리를 확대하고 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이 바로 역사의 순리라고 이야기하는 등 사회를 보는 저자만의 진중한 시각의 칼럼도 엿볼 수 있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는 추천의 글을 통해 “못 견디게 힘들고 지칠 때면, 나는 언젠가 그의 홈페이지에서 무단으로 긁어와 내 컴퓨터에 깊숙이 저장해 두었던 ‘고문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을 불러내 읽는다. 기어이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고문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은 민영규 선생의 ‘강화학 최후의 광경’과 더불어 20세기 후반의 한국이 낳은 최고의 문장이다.”라며 이 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 책은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역지사지(易地思之)하지 않는 세상, 기본권을 지키려는 정당한 싸움마저도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세상에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아준  하종강의 목소리다. 하종강의 낮은 목소리가 이 책을 찾는 독자여러분들에게 따뜻하게 펴져 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