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월환 암살사건은 광복군 전체에 커다란 동요를 가져왔다. 4개 지대 중 주력부대로 성장해 가던 5지대의 지대장이 암살되고, 여기에 핵심간부들이 연루됨에 따라 5지대의 활동이 거의 마비되었다. 발전의 기틀을 마련해 가고 있던 광복군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그 발전은 혼돈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만인 1942년 4월 1일 총사령부는 제5지대를 기존의 1, 2지대와 통합시켜, 새로이 제2지대를 편성하였다. 나월환 암살사건으로 인한 혼란과 대원들의 동요를 수습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사건과 조선의용대의 광복군 편입으로 인하여 제3지대를 제외한 나머지 3개 지대가 하나의 지대로 통합되는 광복군 단위부대의 대폭적인 개편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총사령부가 5지대원들의 동요를 수습 내지 무마하기 위한 조치로 지대의 통합을 추진하였던 것 같다. 

 무정부주의 계열의 청년들이 조직한 군사조직의 대장으로 추대된 나월환은 대한제국의 독립을 위해 머나먼 중국 땅에서 독립운동에 모든 걸 바쳤으나 부하의 손에 생을 마감해야 했다. 그때 나이 31살에 불과하였다.

나월환 지대장의 장례는 5지대에서 군례장 의식으로 장례식을 치렀다. 이 사건은 광복군 역사상 가장 큰 불상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 사건이 있는 후 제5지대장의 후임으로 총사령부 편련처장 송호성이 임시로 취임하여 대원들에 대한 무마에 노력하였다.

중국군법회의에서는 박동운만 사형에 처하고 나머지 10여 명의 간부들은 약 1년 감옥에 있다가 풀려나 광복군에 복귀하였다.

 14살의 어린 나이에 망국의 서러움을 깨닫고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조국의 독립을 쟁취할 그날을 기다리며 이역 땅의 만리길을 좁다 생각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청춘을 조국 독립을 위해 불살랐다.

무정부주의 계열의 한국청년전지공작대의 대장으로 추대되어 독립군을 모집하였고, 일군과 맞닥뜨려 수없는 전투를 치렀다. 그러나 그는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고 부하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김구 일행 나대장 유해 가져와 보은사에서 49제 

드디어 광복을 맞이하였고 임시정부 김구 일행이 서울에 들어 올 때 화장한 나 대장의 유해를 봉안하여 가지고 들어왔다.

나 대장의 유해는 곧바로 태고사(지금의 보은사)에서 옮겨져 이곳에서 49제를 지낸 뒤 고향으로 돌아왔다. 당시 왕곡에서 영산포 장승백이로 이사 온 나월환의 아버지는 그의 유해를 건너 받아 가야산 중턱에 애기 묘처럼 조그마하게 만들어 주었다.

32살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나월환은 청춘을 조국 독립에 모든 걸 바친 나머지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지만 정식적인 결혼은 하지 않았다. 나 대장과 동고동락했던 박기성 장군은 생전에 나 대장이 사랑했던 여자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었다.
  
“정식으로 장가는 안 갔어. 그런데 나 대장이 일요일에 집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를 자주 불렀지. 중국여자였는데 중국음식을 성의껏 만들어 내놓곤 했다. 부인으로도 볼 수 있고, 애인으로도 볼 수 있지, 그런데 둘 사이에 아기는 없었어.“

 박기성 장군의 말처럼 나월환은 중국여인과 정식적인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백년가약을 맺었다.

나월환의 손자, 둘째형의 아들이 양자로 입적돼 아들은 죽고 손자 나승원(29세)이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그에게 나월환과 그의 여인이 ‘하늘의 뜻으로 함께하게 되었다’라는 내용이 담긴 유품을 가지고 있다.

소위 중국에서 결혼기념패라는 이 유품에는 나월환과 중국여인 영의라는 여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남겨두고 부하의 손에 생을 마감한 나월환은 죽어서도 사랑하는 여자와  이별해야 했다. 자식이 없어 둘째형의 아들이 양자로 입적되었지만 아들 또한 40대 초반에 고인이 되었고, 그 가정은 생활고를 겪어야 했다.

나월환의 형제들 또한 나 대장이 죽은 뒤 집안이 몰락해 나 대장의 제사를 제대로 모시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의 묘는 그가 묻힌 지 40년이 넘도록 가야산 중턱에 볼품없이 방치되어 있었다.

양자로 입적된 아들은 호적정리가 되지 않아 국가로부터 원효 대상자가 되지 못하였고, 그의 가까운 친척들 또한 극빈자로 근근이 생활을 유지해온 터라 나 대장의 무덤을 손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던 차 1980년대 초반 나월환의 먼 친척인 나윤공씨(66)가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면서 손을 걷어 올리고 ‘나월환 바로알기’에 나섰다. 그는 나월환의 손자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할 위기가 닥치자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었다.

나 대장의 손자는 나윤공씨의 도움으로 중장기 운전 기술을 배워 현재 서울에서 중장기 운전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가야산 중턱에 애기 묘처럼 볼품없는 나 대장의 묘를 선산인 문평면으로 이장하기 위해 나윤공씨와 나 대장의 조카 이동흠씨 등 뜻있는 문중 사람들이 모여 드디어 1986년 문평면 복룡리 선산으로 이장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