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조약 이후 조선은 서구열강과 일본의 침탈에 직면하게 되었다. 대내적으로도 조선은 양반지배체제의 모순이 심화되어 잦은 농민항쟁에 시달리고 있었다.

봉건제라는 계급모순과 제국주의의 침탈을 동시에 해결해야할 상황에서 조선의 왕실과 관료들은 위기를 수습하기보다는 쇄국과 개화의 갈림길에서 서로 자기 주장만 내새웠다.
 
이 기회를 틈타 일본은 1894년 경복궁을 강점하고 1895년 10월 7일 민비를 시해하는 등 조선의 주권을 유린하였다. 이어 김홍집과 박영효 등 친일정권을 내세워 단발령과 의관제도의 개정을 단행하였다.

이 같은 일제의 침략정책에 저항하는 의병이 1894년 후반부터 일어나기 시작하였는데, 이를 전기의병 19세기 말 이후 의병전쟁에 대해서 학계에서는 연구자마다 ‘을미-을사-정미븨병’, 전기, 중기, 후기의병, 제1차-제4차 의병으로 그 명칭을 달리 사용하여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또는 제1차 의병, 을미의병이라 부른다.
 
을미의병은 민비시해와 단발령을 계기로 본격화되었다. 호남지역에서 을미의병은 타 지역에 비해 다소 늦게 일어났다. 동학농민전쟁의 후유증이 예상보다 컸기 때문이다.

1896년 초에 이르러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지역으로 알려진 나주와 장성을 중심으로 호남지역 최초의 의병이 일어났다.
 
나주에서 의병 봉기가 일어난 배경은 무엇일까? 을미의병이 일어나기 전 1894년 동학교도와 농민집단이 합세하여 반외세와 반제국주의를 외치는 투쟁이 일어났다.

소위 동학농민전쟁은 조선후기 농민항쟁을 통해 성숙된 농민의 힘으로 봉건사회와 제국주의 침략을 물리치려했던 전쟁으로 농민들이 반외세와 반봉건을 외치면 민란을 일으킨 최초의 전쟁이었다.

농촌문제를 내걸고 중앙의 모든 정치세력을 적으로 삼았던 농민군의 거센 공격을 막아낸 곳이 전라도에서 유일하게 나주이다. 당시 민종렬 목사와 유생들이 중심이 되어 농민군을 막아냈을 정도로 나주는 보수적인 곳이었다.
 
1894년 청·일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여단병력 8,000을 경복궁에 투입, 고종을 포로로 만든 상황에서 개혁을 요구하였다. 이게 바로 갑오경장 또는 갑오개혁이다.

근대화를 내세웠지만 이 개혁은 일본의 식민통치를 위한 재편의 일환으로써 김홍집 진일 내각에서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제1차 개혁 때 210개의 법이 만들어졌을 정도였다. 조선에서는 개혁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나 일본의 강압에 이루어진 가운데 지방제도 개혁 또한 8도에서 13도로 세분화되었으며, 나주는 전주와 남원과 함께 전라도의 관찰부로 지정되었다.
 
나주부의 초대 관찰사로 한기동이 임명되었고, 곧이어 채규상으로 교체되었다가 1896년 1월 다시 조한근으로 바뀌었으나 한 달이 못 되어 물러나고 말았다.

1895년 5월 29일부터 1896년 8월 3일까지 5명의 관찰사가 임명되었는데, 그 중 초대 관찰사 한기동은 두 번이나 임명되었지만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부임하지 않았다.

이처럼 관찰사의 평균 재임기간이 2-3개월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찰사에 의한 개화정책의 시행은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다.

동학농민군을 물리칠 정도로 보수성향이 강했던 나주에 부임한 관찰사는 중앙의 개화정책을 손쉽게 추진하지 못하고 경질 당했을 가능성도 높다.
 
관찰사의 빈번한 교체가 이어지자 나주부의 실권은 부관찰사에 해당하는 참서관 안종수(1849-1896)에게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안종수는 1895년 6월 20일자에 나주부 참서관으로 발령된 인물로 이듬해 1월에는 나주재판소 검사를 겸임하였다.
 
안종수가 나주부 참서관으로 임명될 때 조선의 상황은 어떻게 돌아갔을까?

1895년 5월 2차 갑오개혁이 실시되었고 내부대신 박영효를 중심으로 의정부가 보다 확실하게 일본 내각으로 바뀌었다.

군사 또한 기존에 임금 중심에서 군구아문 체제로 바뀌었고 경상도 전라도 등 통제사와 각도 병영과 수영이 폐지되고 그 소속 군대도 해산되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해군이 없어진 것이다. 이처럼 힘의 균형이 왕에서 친일내각으로 이동하자 전국 곳곳에서 의병이 일어나 일본의 주구노릇을 하는 개화파 처단에 앞장섰다.
 
이 처럼 보수 성향이 강한 유생들이 개화파에 대한 증오가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개화파 안종수가 나주부에서 강력한 개화정책을 추진한 것이다.
 
참서관 안종수는 『농정신편農政新編』 안종수가 집필한 최신농서로 전체 4권중 3권에 차의 재배와 가공법이 기술되 있는데 중국식과 일본식 농업기술이다.

1883년에 농상사에서는 차를 권장하게 되면서 작설차의 재배를 위한 조사를 하고 1885년에 청국의 구강도에서 차나무 모종 6,000주를 가져와 심었으므로 기술서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의 저자이자 개화파 관료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가 지은 농정신편은 개항기에 근대적 농학 지식을 담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농서이다. 나주지방에서 을미의병을 일으키는데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안종수에 대해 알아보자.

을미의병을 일으키게 한 장본인 안종수

 안종수는 호가 기정(起亭)으로 생년월일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을 정도로 한미한 직책의 하급관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881년 진사(進士)였던 그가 신사유람단의 일원인 조병직의 수행원으로 발탁되어 일본으로 건너가데 되는 행운을 잡는다.
 
짧은 일본 체류기간 동안 그는 틈틈이 당시 일본의 대표적인 농학자였던 쓰다(津田仙)를 만나 네덜란드의 농학자 호이브렌크(Hooibrenk. D)의 재배법에 대해 배웠다.

쓰다의 저술인 『농업삼사』의 영향을 크게 받아 귀국할 때 여러가지 새로운 농업관계 서적을 많이 수집하여 돌아왔다.
 
이후 그는 각국의 근대 농업에 대하여 5개월 동안 연구에 연구를 거듭한 끝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농서인 『농정신편』의 원고를 완성하였다. 안종수가 이 책의 원고를 탈고한 때는 아마도 1881년 12월이었지만, 이 원고가 광인사에서 책으로 간행된 때는 1885년(고종 22)이었다.
 
이 책이 간행되자 조선정부는 앞장서서 이 책을 널리 유포되도록 배려하였을 뿐 아니라 이를 농업개량에 참고하도록 여러 차례 지시하였다.
 
귀국한 뒤 안종수는 ‘통리교섭통상아문’의 주사로 근무하다 1884년의 12월에 ‘김옥균’ 등의 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에 참여하였다.

조국의 근대화를 앞당길 절호의 기호로 믿었던 갑신정변이 실패로 돌아간 뒤, 그는 개화당으로 몰려 충남 서산군 해미 부근의 섬인 마도로 유배되었다.
 
그후 그는 1894년의 갑오개혁 때에 개화파의 일원으로 석방되어 여러 지역을 돌면서 지방관을 역임하다 1895년 6월 나주부 참서관으로 임명되었고 이듬해 1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
 
조선말기에 개화를 위하여 일본에 파견된 신사유람단의 일개 수행원에 지나지 않았던 하급관리 안종수는 이 기회를 충분히 이용하였던 인물이다.

당시 국가적 산업이 바로 농업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새 농서 편찬은 곧 농업의 부흥을 통한 부국강병, 즉 농학적 측면의 애국 개화운동에 다름 아니었다.

이러한 안종수의 극적인 일생은 우리 개화운동의 운명과 더불어 더욱 비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가 남긴 『농정신편』만은 농학 및 경제 문헌으로서 우리 역사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