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이사회 회의 중에 한 이사가 자신의 발언이 묵살되자 조합장 얼굴에 커피를 부어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고 있다.

나주배농협과 조합원에 따르면 최근 열린 조합 정례 이사회에서 이사 이모씨(55, P면)가 회의를 주재하고 있던 이모(62) 조합장의 얼굴에 커피를 부은 것.

이사 이모씨는 지난달 열린 회의에서 꽃가루 보조사업과 관련해 나눈 회의록 수정 문제를 놓고 조합장과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분을 참지 못하고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꽃가루 보조사업과 관련, 농가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품질이 좋은 A업체를 선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인 가운데 양쪽 업체에 나눠 줘야 한다는 의견을 내세워 회의가 파행 운행됐었다.

이때 문제가 됐던 이사회 회의록 수정 문제를 놓고 언쟁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모 이사의 돌발행동에 회의는 중단되고, 조합원 가입 승인 건과 안건처리가 무산됐다.  여기에 이날 참석한 일부 이사와 감사들이 앞으로 이모 이사가 참석하는 회의에 불참키로 했다.

이씨의 행동에 고개를 절레절레한 일부 이사와 감사가 회의 ‘불참’이라는 초강수로 이씨의 이사사퇴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씨는 “사건의 앞뒤 전후를 따져보면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절대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따라서 향후 이사회가 파행으로 치닫을 것으로 예상되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A모(64) 이사는 “조합의 이사라는 사람이 자기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의를 주재하는 조합장의 얼굴에 커피를 뿌리는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며 “저런 사람과 함께 이사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이라 생각해 앞으로 회의에 참석할 생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합원 박모씨(43, 왕곡)는 “조합을 위해 헌신하고 모범이 되어야할 이사가 아무리 화가 난다고 회의도중에 그것도 조합장의 얼굴에 커피를 뿌릴 수 있냐”며 “하루빨리 이사직을 사퇴하고 조합원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모 이사는 “커피를 조합장 얼굴에 뿌린 것은 미안하지만 그 이외에는 업무부분에 있어 정당한 행위였고, 잘못한 것이 없기 때문에 이사직을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나주배농협은 이사 6명과 감사 2명 등 8명의 임원과 조합장이 이사회 등을 열러 각종 안건과 심의, 사업자 선정 등을 결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