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수 의병봉기 소식 듣고 회유 나서

의병봉기를 일으킨다는 소식을 접한 안종수는 이를 막기 위해 2월 6일 향교로 찾아가 한편으로는 저지하고 또 한편으로는 거짓말로 회유하기도 하였다.

“동래포東來浦에 왜군 일개 부대가 들어와 진주의병소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살상되었다. 지금 나주에 의소를 둔 것도 유익하지 못할 뿐 아니라 혹 진주와 같은 참상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

의병봉기를 막기위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노력하던 중 2월 8일 장성에서 기우만이 작성한 성토문聲討文이 도착하였다. 성토문에는 안종수의 열가지 죄목이 나열되어 있었다. 안종수는 자신을 성토한 글을 직접 읽었으며, 이방과 軍校들에게도 이 내용 보여주기까지 하였다.

‘삭발령을 내렸을 때 상관에게 칼을 대고 위협하며 자신을 깎아 버리고 시중을 돌면서 모자를 벗고 깎았다는 자랑을 하면서 밤중에 성문을 닫고 관리들에게 깎으라는 독촉을 하였다. -생략-

고을의 세금은 바로 국가의 정당한 공물인데도 제멋대로 왜인들에게 주고 쌀을 사서 돈으로 바꾸어 버리니 대개 그의 안중에 조금이라도 국법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와 같은 짓을 하겠는가?.

삭발을 하고 문묘 대성전을 배알하려고 하는 것이 열 번째 이유이며, 기타 국법을 어긴 비행은 손가락으로 헤아리지 못한다.’

기우만이 성토한 안종수의 10가지 죄목은 개화당에 아부한 죄, 각읍의 인신을 도용한 죄, 직권을 남용한 죄, 국복을 위반한죄, 단발을 강요한 죄, 주민을 핍박한 죄, 宣諭를 불인정한 죄, 향교를 철폐하려한 죄, 단발로 문묘에 참배한 죄 등이다.

 기우만의 성토문이 도착한 다음날 새벽.

부임을 차일피일 미루었던 정석진이 갑자기 해남으로 떠나겠다며 향교에 들어와 문묘한 다음 유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혹 급하고 어려움이 있으면 밤중에라도 달려오겠다”

정석진 해남군수로 떠나고 난 뒤 안종수 살해

그가 해남으로 떠날 때 나주의 많은 유생과 향리들이 전송하였고, 3-4시간 후 정석진을 따르던 향리들이 안종수를 살해함으로서 배후에 정석진이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정석진이 해남으로 떠난 뒤 오전 11시경 정석진을 마중 나갔던 향리 김창균과 장길한 승갑표 등 아전들과 장병 100여 명이 관청에 들어가 안종수와 朴總巡, 呂巡檢을 죽이고, 세무시찰관 박준성과 세무주사 복정채 등 6명을 가두었다. 나주의 吏族들이 이들의 처단에 적극 개입한 사실로 보아 개화정책에 가장 불만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나주의병이 개화파 관리를 처단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단발령에서 찾을 수 있다. 개화파 정권이 단발령을 공포하자 안종수가 중심이 되어 관찰사 채규상에게도 단발을 강요하고, 나아가 순검을 동원하여 성내 吏民 100여 명의 상투를 자르자 여론이 크게 악화되었다.

당시 나주부 주사였던 토착향리 정석진도 강제적인 단발에 크게 반발하여 둘 사이에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여졌던 것 같다.

‘정석진은 을미년 초에 해남군수로 제수되었다. 처음에는 부임하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대개 義聲이 있어 기회를 관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참서관 안종수는 州의 일을 맡고 있었는데, 억지로 삭발을 강요하여 정석진을 강박하였다.

이에 정석진은 “머리를 자를 수는 있으나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고 성을 내어 말하였다. 바야흐로 민중들의 마음이 분노하게 되었다. 또 장성의소로부터 글이 전달되었는데, 종수의 10가지 죄를 성토하였다.

종수가 마침내 생명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서 정석진에게 혐의를 두었다. 따로 혐계를 만들려고 하자 그날 바로 부임하였는데, 종수는 주민들의 손에 살해되었다.‘(『난파유고』 권4,「鄭將軍傳」기우만 참조.)

단발의 강요가 안종수를 처단한 중요한 명분의 하나임에 분명하지만 그의 불법적 수탈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었다. 이처럼 나주의병은 자신들과 이해가 엇갈리는 개화파 관료의 처단에 앞장섰다. 나주의병은 전라도 지역의 최초의 본격적인 의병활동이었으므로 이들의 활동은 인근 군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한편 나주의병은 창의의 배경과 정당성을 알리기 위하여 국왕에게 상소문을 올렸다. 이들은 거의한 목적이 근왕에 있음을 알리고, 개화에 반대하는 입장과 안종수의 잘못을 낱낱이 기록하여 상소하였다. 상소를 통해 의병의 목적이 개화파와 일본세력을 몰아내어 옛 제도를 복구하고 고종의 환궁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기우만이 이끄는 장성의병과 연합을 시도하였다. 장성의병은 결성된 지 4일 만인 1896년 2월 11일에 나주로 이동해 왔다. 이로써 나주의병이 출범한 지 하루 만에 나주향교에 두 의진이 집결하였다.

당시 장성의병은 기우만을 비롯해 고광순, 이승학, 기동관, 기동준 등 200여 명 규모였다. 나주의병 규모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장성의병과 비슷하거나 더 많았으리라 짐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