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2년 1월 14일 나주목 서부면(西部面) 명당(明堂)거리(현재의 산정동)에서 조상원의 장남으로 태어난 조정인은 태어날 때부터 기골이 장대하였다.

나주 인근에서 힘센 장사(壯士)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조정인과 동생 조정룡은 유명하였다. 힘자랑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 동문 안에서 자주 돌 절구통을 어깨에 메고 키(곡식을 고르는 농기구)를 뛰어넘곤 하였다.

이 무렵 청·일전쟁과 러·알 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조선에서 청나라와 러시아를 몰아내고 1905년 을사조약을 강제로 체결해 조선의 외교권을 박탈하였다. 이어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을 구실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면서 정미 7조약을 맺어 대한제국 군대를 해산하기에 이른다. 고종의 강제 퇴위와 군대해산은 전국적으로 의봉 봉기를 일으키는 신호탄이 되었다.

▲ 의병장 조정인 순절비

호남지역에서는 1907년 9월 장성에서 기삼연을 대장으로 김용구, 김태원 등이 중심이 된 호남창의회맹소가 결성돼 무장, 고창, 영광 등을 무대로 의병활동을 시작하였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내몰리자 조정인은 미곡상을 차려 사업을 가장해 의병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면서 때를 기다렸다. 대지주의 장남으로 태어난 그는 부력을 배경으로 군량미 조달과 비축을 목적으로 미곡상을 열었다.

1907년 12월에 이르러 조정인은 호남창의회맹소의 선봉장으로 활약하던 나주 출신 김태원 의병장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의병을 모집 한 뒤 나주, 함평, 장성, 영광, 담양, 광주 등을 무대로 일본 헌병 및 경찰과 전투를 벌였다.

그는 호남지구 의병장 김태원(金泰元)·기삼연(奇參衍) 등과 함께 의병 수백 명을 모집하여 영광(靈光)·고창(高敞)·부안(扶安)·정읍(井邑) 등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1908년 2월경부터 호남창의회맹소의 통합 활동이 사실상 중단되고 그해 4월 김태원 의병장마저 광주 어등산에서 전사하자 조정인은 독자적으로 부대를 이끌어야 했다.

이 시기 호남지역 의병운동의 분화가 시작되었다. 김태원과 같은 명성이 있는 의병장이 사망하면서 조정인처럼 그 휘하의 부장들이 독립한 경우와 의병부대 자체의 필요성에 의해 분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위 의병부대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세분화되어 의병부대의 평균 규모는 50명 안팎으로 작은 경우는 10명 안팎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큰 경우는 수 백명에 이르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실제 활동에 있어서는 여러 개의 소규모 부대로 분화되어 있었고, 실제 전투에 있어서는 이러한 투쟁 방식이 훨씬 더 효과적이었다.

막강한 화력을 지닌 100명 규모의 부대

 조정인 부대는 100여명 규모로 광주와 나주, 함평, 영광 등 전남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1909년 초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그해 3월 한국주차헌병대장(韓國駐箚憲兵隊長)이 전라도 내부(內部) 경무국장(警務局長) 송정무(松井茂)에게 보낸 통보(通報)에 조정인 부대의 활동 상황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영산포헌병분대장(榮山浦憲兵分隊長)이 한국주차헌병대장에게 조정인 부대가 출몰(出沒)하였다는 내용을 보고하자 지금으로 말하면 전라도 경찰국장에게 한국주차헌병대장이 향후 조정인 부대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로 통보를 보낸 것이다.

1909년 3월 7일 영산포헌변분대장이 한국주차헌병대장에게 보낸 보고 내용이다.

 ‘광주군(光州郡) 동각면(東閣面) 심산촌(沈山村)에 적괴(賊魁) 조정인(趙正仁)의 당파(黨派)가 침입(侵入)한 사건에 대하여 토벌을 위하여 상등병(上等兵) 7명, 통역(通譯) 1명, 자위단원(自衛團員) 5명을 인솔하고 파견기병중대장(派遣騎兵中隊長) 대위이상 10명과 제휴(提携) 7일 오전 2시 나주를 출발, 오전 5시에 목적지에 도착, 포위(包圍) 새벽 공격준비(攻擊準備)를 하던 바 종시(從是) 이미 적(賊)은 약 10미터 북린(北隣) 기용촌(基用村)으로 이동하였음을 인식하고......생략.....적은 죽통탄약합(竹筒彈藥盒)과 초혜(草鞋)를...군통(軍統) 일(一), 도검(刀劍)을 휴대하였다.’

 광주군 동각면 심산촌에 조정인 부대가 출현하자 영산포헌병분소 상등병과 자위단원, 통역 등 13명과 기마 중대 10명이 나주에서 합류하여 새벽 2시에 출발, 광주 심산촌에 5시에 도착하였다. 이들은 조정인 부대가 나타난 심산촌에 도착하는 즉시 공격준비를 하였으나, 의병부대는 이미 북쪽 기용촌으로 이동한 뒤였다.
 
조정인 부대는 심산촌에서 6일 저녁 이의춘(李義春)의 집에서 저녁을 먹고 돈과 의류, 짚신 등을 챙긴 뒤 기용촌으로 이동하였다. 이 보고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조정인 부대가 포와 총기류, 그리고 많은 양의 탄약을 휴대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조정인 부대가 다른 의병부대와 달리 막강한 화력과 충분한 탄약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