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병전투에서 전략가로서 진면목

김태원 의병장과 같은 명성있는 의병장이 하나 둘 전사하면서 의병운동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가운데 나주, 함평, 영광, 영암 등지에서 소규모 부대의 활동이 더욱 강해지자 일제는 대대적인 의병토벌작전에 돌입하였다.

1908년을 기점으로 소규모 부대의 활동이 강해졌지만 조정인 의병부대는 100명이 넘는 큰 규모와 막강한 화력을 겸비해 일제로부터 주목 받는 인물이 되었다. 당시 선생의 부대는 인근의 일본군수비대를 공격하고, 헌병주재소를 파괴하고, 전신선을 절단하고, 세금을 탈취하고, 군수물자를 빼앗고, 친일 관리와 부호를 처단함으로써 일제의 한국지배에 강력히 저항하였다.

특히 탄약제조소를 만들어 소규모 의병부대에게까지 탄약을 보급한다는 정보가 입수되자 일본헌병대에서는 조정인 부대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다. 조정인 부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의병이 누구인가를 찾아내 그 가족을 협박하여 몇 명의 의병을 귀순(歸順)시키기까지 하였지만 조정인 부대가 수시로 장소를 이동하여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하지만 한 두명씩 귀순자가 발생하면서 내부적으로 불안감이 가중되었을 것이다.

1908년 7월 나주경찰분소장이 귀순자를 취조(取調)하여 내부(內部) 경찰국장에게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귀순자는 나주군 삼가면(三加面, 성북동 가산마을) 세동(細洞)에서 농사를 짓던 32살의 최성진(崔成辰)으로 7월 13일 귀순하였다. 조정인 의병장의 인근마을에 살았던 최성진은 조정인 부대에서 1908년 1월 8일부터 활동했었다.

‘귀순자 최성진은 폭도 조정인의 부하로서 폭도의 강모(强募)에 의하여 가담하였다. 1908년 1월 8일부터 6일간 폭도와 행동을 같이 하고 그 졸오(卒伍)에 있었던 자이라고 한다.’『한국독입운동사 자료 12』(의병편)

최성진이 조정인 부대에 참여한 시기가 1908년 1월 8일이었다는 진술을 토대로 조정인 부대는 1907년 말부터 호남창의회맹소의 선봉장으로 활약하던 나주 출신 김태원 의병장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의병을 모집 한 뒤 전투를 벌였다는 것이 확인된다. 그해 9월 23일에도 나주군 관동명(官洞面) 평리촌(平里村)에서 농사를 짓던 강찬선(32세)이 나주헌병대로 귀순하였다.

조정인은 무기와 탄약제조 뿐 아니라 의병전투에서도 전략가로서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황토벌에서 싸울 때는 군사들에게 황색 옷을 입게 하고 솔밭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청색 옷을 입히는 등 전술을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하였다.

특히 일본 토벌대에 체포될 당시 4백여 자루에 이르는 소총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그의 휘하에 많은 의병을 거느리고 있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내 나라 내 민족이 지은 곡식이니 마음껏 먹고 죽겠노라”

1908년 6월 14일 나주 가산(佳山, 현 광산구 삼도면 대산마을)에서 의병 심수근(沈守根)과 함께 탄약을 제조하다 조정인 의병장이 일본헌병대에 체포되고 만다. 조정인 의병부대의 무기제조소를 찾기 위해 일본 헌병은 이전부터 끈질기게 추적했지만 결국에는 찾지 못하였다.

그러나 삼도면에서 탄약제조와 전투 장비를 정비하고 있던 중 밀정의 밀고에 의하여 부하 100여 명과 함께 체포되고 말았다. 이날 오전에 함평에서 전투를 치르고 난 뒤 병력을 이동해 다음 전투를 준비하던 중 일본 헌병에게 붙잡히게 된 것이다.

헌병에게 체포되어 광주로 압송될 때 조정인은 나루터(지금의 나주대교)에 모여든 주민들에게 의연하게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드는 여유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대심원(지금의 대법원)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후 다른 의병들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그는 “내 나라 내 민족이 지은 곡식이니 마음껏 먹고 죽겠노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영웅다운 최후였다.

조정인 의병장의 조직적이고 치밀한 의병활동을 간추려 보면,
첫째, 무엇보다 먼저 총기를 수집하고 탄약을 자급하여 군수 물량이 풍부해야 군졸의 사기를 드높일 수 있다는 것을 다른 의병부대에 일깨우게 하였다.

둘째, 실전에 임해서는 황토벌에서 황의군, 솔밭에서 청의군처럼 위장 유격전술을 전개하는 전략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셋째, 그는 정사를 변경할 목적으로 한 내란죄로 처형된 것은 그의 의병 정신이 비단 항일에 그친 것이 아니라 갑오경장 정신에서 이어온 국정 쇄신에도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조정인은 1908년 12월 15일 대심원에서 교수형을 확정 받아 1909년 1월 25일 대구 형무소 교수대에서 당당한 최후를 마졌다. 이때 그의 나이 37세였다. 1977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다. /-끝-

참고문헌
『한국독립운동사 10,11,12(의병편Ⅲ)』
「大邱控訴院判決文」
「大審院裁判文」
「韓國駐箚軍司會官報告要旨」
『독립운동사자료집 별집 1(독립운동사편찬위원회, 1974)』
『獨立有功者功勳錄 1(國家報勳處, 1986)』
『나주군지(19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