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직장의료보험으로 출발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가 올해로 32년째를 맞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의료보장의 절대적 수준이 한참 뒤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동안 의료보험제도가 쌓아온 성과는 무시할 수 없다.

세계최초로 국가 주도의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독일의 경우는 전 국민 의료보험이 달성되기까지 100년이 걸렸으며, 가까운 일본의 경우에도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하는데 36년이 걸렸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1977년 직장의료 보험 실시를 기준으로 할 경우 불과 12년 만에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하였다.

▲ 이필수 원장

이 같은 의료보험 적용대상의 급격한 확대는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후 지난 2005년 기준으로 국민1인 평균 연간 병,의원 이용횟수가 14.1회로서 OECD국가들 중에서 최상위권에 들어 오히려 의료서비스의 남용을 우려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우리 국민들의 의료 이용량 증가를 반영하듯이 국민들의 건강수준도 크게 향상되었다.

1970년대 만 하더라도 출생 시 기대수명, 영아 사망률 등을 선진국과 비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로 그 격차가 컸지만, 지금은 오히려 선진국들의 평균을 상회하는 정도를 국민들의 건강수준이 향상되었다. 물론 국민의 건강수준 향상에 의료보험만이 기여할 것은 아니다.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의료서비스가 국민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기여도는 10~2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의 연구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된 선진국에서 이루어진 것들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의료접근성조차 확보되지 않았던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의료 보험이 건강 수준 향상에 미친 기여도가 선행연구들의 결과 값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쉽게 말하면 의료보험의 확대를 의료서비스이용에 대한 경제적 장벽이 완화되면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실제 구매로 이어졌고 이는 병,의원이 양적, 질적으로 팽창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의료보험도입 30주년의 무시 못 할 성과에도 불구하고 저부담, 저급여, 저수가 구조로부터 야기되는 숱한 문제점들은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보험이 해결해야할 중요한 과제이다.

의료보험의 3低구조가 초기에는 제도 확산을 촉진시키는데 중요한 기여를 했으나. 의료보험이 성숙단계에 이른 현재에 있어서는 의료보험의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충분하지 못한 의료보험의 보장성은 큰 문제이다.

국민소득 증대,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민의 기대수준 상승 등으로 인해 의료보험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현행 의료보험은 질병으로 인한 가계파탄을 예방하는 사회적 안전망으로서 역할이 크게 미흡하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의료보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은 커지고, 결과적으로 의료보험료 인상에도 인색하게 된다.

그리고 이는 의료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지연시키는 일종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우리나라 국민의료비는 2000년 이후 연 평균 10%이상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2004년 5.5%수준이던 GDP대비 국민의료비 비율이 조만간 7% 대를 넘어서리라고 예상된다. 또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진행되는 인구 고령화도 큰 문제이다.

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일인당 의료비 지출은 젊은 인구에 비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계청에 자료에 따르면 2020년경에는 노인인구가 대규모로 양산되고, 이에 반비례해 생산가능 인구가 급속히 줄어든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 사회가 과중한 의료비 부담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의료보험 제도가 시행된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시대의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 슬기롭고 합리적인 선택이 절실하다.

이필수 외과의원 원장 이 필수
(주) 필 엔터테인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