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대운하를 타고

배를 타기도하고 가끔은 말이나 노새를 타면서 북경을 향한 걸음을 재촉했다. 다만 최부의 가슴 한쪽에는 고향땅에서 애쓰는 어머니의 한숨이 들려오는 듯 했다. 최부 일행을 호위하던 한신이라는 관리가 물었다.
 
“당신의 어머니께서는 당신이 여기에 있는 것을 알지 못하오?”
 
힘이 빠진 최부가 맥없는 소리로 답했다.
 
“어머니께서는 망망대해에서 내가 물 고기밥이 된 줄로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처럼 어머니를 상심케 해드렸으니 이보다 더 큰 불효가 어디에 있단 말입니까? 이제 귀국의 후의를 입어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 어머님을 만나 뵙는다면 상견유승수하(相見有勝隧下)의 기쁨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겠군요. 모자가 만나 재회의 기쁨을 크게 누리시기를 바라오.”
 
그들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시 대운하의 장정에 올라야 했다. 징항 대운하[京抗 大運河]는 중국을 남북으로 연결시켜주는 고리와 같았다. 중국의 젖줄은 베이징을 중심으로 북쪽지방의 황하와 남쪽지방의 양자강이 중심을 이룬다. 두 강은 똑같이 서쪽의 고산지대에서 물줄기를 동으로 흘러내린다.
 
기름진 황토로 덮인 평야를 가로질러 흐른다. 중국의 맨 처음 문명은 바로 이 기름진 황하와 양자강에서 시작되었다. 오랜 세월동안 두 강은 무서운 홍수를 일으키고 인명과 재산을 삼켜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황하를 이렇게 부르기도 했다.
 
“중국의 비애다.”
 
양자강은 기후가 따뜻한 남쪽지방의 벼농사에 물을 넉넉히 대어주었고 기름진 삼각주는 중국에서 제일가는 곡창지대가 되었다. 먼 옛날 6세기경에 황하와 양자강을 잇는 대운하가 건설되었는데 이것은 중국을 가로지르는 어마어마한 물길이었다.
 
대운하를 이용하여 양자강의 비옥한 옥토 삼각주에서 생산된 쌀을 제국의 수도가 있는 북쪽으로 나를 수 있었던 것이다.
 
중국의 남북을 잇는 대운하는 수나라의 양제(589~618)가 세금으로 거둬들인 곡식과 군대를 제국의 방방곡곡으로 나르기 위해서 건설하기 시작했다. 남쪽의 양자강유역의 항저우에서 황하유역에 있는 뤄양을 거쳐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대운하의 길이가 2500km나 되었다.
 
그 후 여러 차례 고치고 수리를 계속해 왔으며 명나라(1411년)때는 공조대신송례가 대대적인 보수공사로 더욱 완벽한 운하로 만들었다. 초기의 운하 폭을 더 넓히고 직선화해서 지금은 1,794km라고 하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인으로써는 최초로 운하를 타고 북경으로 가는 최부의 감회는 너무 컸다. 그러나 아직 돌아가신 아버지의 초상을 치루지 못한 죄책감으로 답답한 여행길이 벌어진다.
 
세계의 도처에는 대양과 대양을 연결하거나 강과 강을 연결해주는 크고 작은 수많은 운하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인도양과 지중해를 연결해주는 수에즈운하(1896년 개통)는 그 길이가 163km나 된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해주는 파나마 운하(1914년 개통)는 82km의 전장으로 해운업의 발달은 물론이고 인류문화의 발전에도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만리장성을 축성해온 고대중국인들은 선뜻 가름이 안 되는 엄청난 길이의 징항 대운하를 완성한 것이다. 대운하는 중국의 5대강을 하나로 묶어주는 엄청난 대역사였다. 남쪽에서 시작한 첸탕강[錢塘江], 양쯔강[陽子江], 화이허강[淮河], 황하(黃河), 하이허강[海河]을 하나의 수계로 연결해 주는 것이 징항[京抗]대운하이다.
 
중국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운하는 고대 중국인들이 이룩한 찬란한 과업으로 위대한 수리공정중의 하나였다. 이는 만리장성에 버금가는 대역사로서 획기적인 노력의 결정체라 하겠다.
 
흐르는 강과 강 사이에 인공 강을 만들어 서로 연결시키다니 가장 참신한 아이디어 상품이 아닌가. 놀랄만한 발상의 전환이라 하겠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와 함께 민중의 단합된 힘이 만들어 낸다.
 
중국의 지형은 티베트고원이 있는 서쪽은 높고 황해 쪽이 낮아 강이나 하천이 대부분 서에서 동쪽으로 흐른다. 그래서 동과 서를 연결해주는 육지속의 물길이 발달되어왔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남북은 교통이 막히고 소통이 없었으며 더더구나 기후와 습관이 매우 달라 문화의 교류가 단절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남북을 하나로 묶어주는 통일된 중국은 그들의 염원이었고 급기야는 남북으로 대운하를 개설하면서 이들의 강을 서로 연결하는 운하가 필요하게 되었다. 강을 서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물길이 통하게 새로운 강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이는 매우 절실한 문제로 경제적으로 너무 많은 비용을 수반하는 사업이었지만 꿈속에서도 그려왔던 운하는 수나라 양제에 의해 기어이 이룩되었던 것이다.
 
대운하는 춘추시대 말기인 5세기 경부터 싹텄으며 7세기경의 수나라와 13세기 원나라 때에는 대규모의 확장공사가 이루어졌다. 너무 긴 운하는 7단계로 잘라서 나누어 관리했다.
 
5개의 강을 포함한 운하는 중국인들의 꿈과 희망을 담아 완성되었고 실제 생활에 이용되었다. 식량의 운반은 말할 것도 없었지만 운하를 통한 뱃길은 중국의 거대한 문명을 동서남북으로 얽어주는 핏줄과 같은 역할을 담당해 주었다.
 
운하를 통과하여 북경으로 수송되는 양식은 일년에 최대 400만석 이상이었다. 비단, 차, 목재 등의 물자가 대량으로 북방으로 수송되었고 그 대신 북방의 토산품들이 운하를 통해 남쪽으로 운송되었다.
 
대운하의 개통은 강남지구의 개발을 촉진시켰고 특히 북경, 천진의 인구 집중을 가져왔다. 그리고 양자강 삼각주, 운하연변도시의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이는 중국전체에도 커다란 역할을 했다. 지역마다 경제발전의 의욕을 갖게 하는 일도 해주었다.
 
운하를 최초로 만들기 시작한 오나라에서는 양자강하류의 수군을 이동하기위해 운하를 만들었다. 야심에 찬 오나라는 황하 강 유역의 국가와 패권을 다투기 위해서는 운하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것이다.
 
그들이 만든 운하는 먼저 강소성 양주로 양자강의 물을 끌어들이는 작업이었다. 회안에는 회수의 강물을 합하게 했다. 수양제는 605년 백여 만 명을 동원해서 황하와 회수를 연결하는 통제거를 팠고 3년이 지나자 황하와 북경의 백하까지 연결하는 영제거를 팠다.
 
이들의 목적은 막대한 군대를 신속하게 북쪽으로 끌고 가 고구려를 원정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집안의 부녀자들까지 동원해서 운하를 팠다. 경항 운하의 일부가 완성되자 수나라는 중국운하발전의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이들은 양자강과 전단강을 연결하는 폭10여장(丈)의 강남하까지 하나의 물줄기로 완성시킴으로써 거대한 경항대운하의 완성된 모습이 드러내게 된 것이다. 서북쪽의 장안과 낙양에도 강남의 물자를 수송하는 파이프라인이 완공을 본 것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군사목적이었지만 거대한 운하는 예상외로 중국의 남북경제를 한 묶음으로 연결해주는 일을 해냈다.
 
군사가 이동하고 작전을 전개하기위해서는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길보다는 운하가 더 쉽고 편했다. 처음 만들었을 때보다 대운하의 길이는 짧아졌다. 명나라시대에는 코스를 바꿨다. 굽어진 곳을 펴고 강사이의 다른 자잘한 골목길 운하는 막아버려 지금의 길이가 1794km로 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