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숙        
                    
울렁댁이 미나리꽝에서 숨을 놓았다. 팔십 노구, 빨래를 쥐어짜듯 몸 안에 질척이던 물기 탈탈 털어내고 말린 수숫대처럼 가볍게 떠났다. 방금 울렁댁 무딘 낫에 엉성하게 잘린 미나리 푸른 이파리들 만장처럼 휘날린다.

하얗게 뿌리박은 눈물은
미처 눈물샘을 말리지 못해
아직 미나리꽝에서 발을 빼지 못한다

 울렁댁의 품삯에 목매던 상술꾼 울렁양반, 연중 가장 춥다는 대한에도 맨발이 뜨거워서 동동거린다. 자식들은 미나리꽝 사장에게 억지춘향으로 받아낸 ‘미나리꽝 순직표창장’을 만방에 빛낼 기념행사에 골똘해있다.

 울렁댁이 돌아서다가 잔뿌리를 털어내듯 힐끗 뒤돌아본다. 그러나 먼 빛 눈동자는 텅 비어있다. 각다분한 망막에 몽글게도 들러붙던 잔상들이 비로소 그 질긴 몸을 빼내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