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과 나주인 참모총장 
                                                                                 논설위원  김 노 금

1999년 6월 15일은, 휴전 이후 남북한 정규전으로는 처음이었던 연평 해전이 있었던 날이다. 역사적으로 그 의미가 큰 이날은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내가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97년 도 교육청에서 실시한 민관 일본 합동 연수 때 부터였다. 일본의 관공서에는 유난히 해전도 벽화가 많았는데 그 중 한 곳에서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던 관리가 우리가 나주에서 왔다고 하자 대뜸 “아! 나대용!” 하면서 임진왜란 당시의 거북선의 활약과 나대용 장군의 업적을 이야기 하며 나대용이 만든 거북선이 없었다면 아니, 나대용이 없었다면 어찌 이순신이 있을 수 있을 수 있었겠느냐는 것이었다. 나주인 나대용!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은 그 때부터 나에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가슴앓이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 논설위원 김노금

많은 역사책과 고 문서 속에 딱 한 줄로 기록되어 있는 나대용 장군을 만나기 위해 나씨 문중 어르신부터 잡초 밭에 묻혀 있는 그 분의 생가와 그를 기리는 소충사와 그가 오르내렸을 법한 산과 들과 냇가를 찾았다. 도서관으로 문화원으로 헤매며 뒤진 자료와 향토 사학자들께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그리고자 하는 그림에 턱없이 빈곤한 자료들이었지만 나름으로는 최선을 다한 나대용을 그려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순신의 공적에서 하나하나 떼어 나대용 이라는 인물을 만들어 내는 부분은 작가로서 엄청난 심적 부담을 느껴야 했고 이순신을 존경하는 정서에 정면으로 반박 한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때문에 전반적인 내용에서 해군의 감수를 받지 않고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해군 참모 총장 면담은 그렇게 진행 된 것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참모총장 그가 나주인 이었다.

나주인 나대용. 그리고 500년 후의 나주인 해군 참모총장....
 
해군 참모총장 면담은 그렇게 진행 된 것이다. 여러 복잡한 경로를 통해서 어렵사리 만든 면담일자가 1999년 6월 15일 오후 3시 계룡 내 해군 참모 총장실이었는데 당일 9시 28분 서해  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이 있었던 것이다. 전쟁의 긴박감속에 부속실과 수차례 된다, 안된다의 전화 연락 속에서 “개인일이 아닌 해군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다”며 면담 강행을 요청했고 정확히 3시에 이수용 참모총장을 만날 수 있었다.

오전의 교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기쁨을 촌 아낙에게 자상하게 일러주던 참모총장의 자상하고 겸손한 인품은 우락부락한 군인을 염두에 두었던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또한 나대용 장군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함께 나눌 수 있었던 큰 의미를 지녔던 만남으로 기억되고 있다.

원고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 주던 그가 진해의 해군 충무공 수련원 최두환 연구실장을 직접 전화로 불러 이것저것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말라 지시를 하며 그러나 작가가 의도한 큰 틀은 조금도 훼손치 말라 거듭 지시할 때는 그 동안의 힘들었던 일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충무공 이순신에 관한한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자요. 이순신 장군의 공적에 대해서 눈꼽만큼의 공적도 양보할 수 없을 최두환 연구 실장의 나대용에 관한 한 달여의 감수 작업 끝에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은 한권의 동화책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그 책을 전해 받고 누구보다 기뻐해준 참모총장은 그 후 꽤 많은 분량의 책을 구입하여 전 해군들에게 보급시켜 작가에겐 여러 모양으로 경제적 보상은 물론 많은 자긍심을 갖게 해 주었다. 우연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책의 인쇄가 끝날 무렵 당시 새로 만든 잠수함 이름이 나대용함으로 명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다 만든 책의 표지에 급히 나대용함을 배경으로 깔아 넣었던 기억이 새롭다. 그 후 수년간 벚꽃이 필 즈음 진해 해군사관학교에 초청을 받기도 했고 나대용 잠수함을 직접 승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다 총장께서 관심과 애정을 가져준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거북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으로 그해 한국 아동문화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고, 어릴 적 문학소녀 시절부터 꿈을 키워오던 국제 pen클럽 회원 명단에 김노금 이라는 이름을 올릴 수도 있었다.

6월 15일 연평 해전 10주년을 맞으면서 북한의 군사도발 위협으로 국민의 불안감이 적지 않은데 “북의 도발 현장서 격멸 하겠다”는 나대용의 후예 우리 해군의 결의가 사뭇 든든함으로 다가온다.

영국의 해군 기록에도 당당히 기록되어 있는 세계 최초의 철갑선을 만드신 나대용 장군이지만 어찌된 연유인지 단한 줄의 글로 먼지 낀 고문서속에 누워 계신 그를 50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당당히 세상에 서게 해 주신 이가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나주인 참모총장이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까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역사는 항상 이렇게 이런 조그만 인연의 싹으로부터 시작되어 왔던 것을 우리는 부인하지 못한다. 나주인! 나주인 이라고 되 내어 본다. 소용돌이치는 나주의 역사 속에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 지역에서 많은 인물을 길러내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그루 나무도 몇 년간 자라면 아름다운 꽃과 시원한 그늘로 열매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데, 하물며 사람임에랴…….

사람이 희망이라고...  사람을 살려내는 일이 내 곁의 많은 사람은 물론 지역도 국가도 민족도 되살려 낸다는 사실을 수많은 역사가 입증하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과연 그리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물어 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