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을 이어온 염색법인 쪽빛을 만드는 쪽 염색의 기원은 여러 유물과 기록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원전 수천 년에 인도, 중국, 페르시아사람들 사이에서 푸른색이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쪽물로 염색한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쪽염색의 고증은 기원전 3,000년경에 쪽물로 염색된 겉옷의 발견으로 확실해졌고, 유물로는 고대 이집트의 미이라가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일찍이 알려진 염료인 쪽은 우리나라에서도 역사가 오래다.

문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삼한시대부터 쪽물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고려시대까지는 주로 지배계급의 의복 염색에 많이 사용되었다. 조선시대에도 쪽물로 염색한 의복은 관복으로 많이 사용되었고 서민층에서도 혼례복, 이불, 댕기, 화관 등에 이용되었다. 그러다 조선후기에는 치마에 까지 사용될 정도로 보편적이고 광범위하게 보급되었다. 쪽은 1900년대 초기까지만 해도 많지는 않았지만 전국 각지에서 생산되었는데 그 중 남부 지방인 전남 나주시를 중심으로 영산강 유역에서 특히 발달했다. 쪽은 고온다습하고 일조량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라야 좋은 염료를 얻을 수 있는데, 영산강유역은 따뜻하고 일조량이 많으며 토양에 수분이 풍부해 쪽 재배의 최적지였던 것이다.

▲ 장홍기 관장

우리네 전통적인 방법의 의한 쪽재배와 염료제조법은 영산포 영산동 가마태(율정)의 “남댕이 마을”이라는 곳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었다.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지천을 따라서 수 백 미터에 이르는 “물방”이 존재하였으며 이곳에서 1970년대 말까지 쪽염색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영산포구에서 강을 따라 전국으로, 영산포역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갔다고 한다.

전통 쪽염색 과정은 다른 염료와 달리 쪽은 그자체로 바로 원하는 색을 만들 수 없어, 산화와 환원이라는 화학적인 변화를 거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 필요하다. 쪽으로 쪽물을 만드는 방법은 우선 꽃이 피기 전에 쪽풀을 베어 항아리에 꽉 눌러 담고, 물을 가득 부어 큰 돌을 눌러 놓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후 청록색색소가 우러나면 쪽풀을 건져내고 그 액에 적당한 양의 석회가루를 넣어 저으면 석회의 흰 가루가 쪽의 청색색소를 머금고 가라앉는다.

이렇게 해서 생긴 진흙상태의 앙금이 청색을 물들일 수 있는 원료가 된다. 이것을 “침전남” 혹은 “리남”이라고 하는데 이것의 주요 성분인 청색의 인디고틴은 물에 녹지 않아 바로 염색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알칼리성을 띠는 잿물이나 석회수로 물에 녹지 않는 청색색소를 환원시켜 수용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쪽색소를 잿물에 넣고 일주일이나 보름이 지난 후에 표면에 얇은 필름 같은 막이나 청색거품이 생기면 쪽빛을 만드는 최상의 염료를 얻는 것이다.

쪽물염색은 염료의 제조가 어렵고 얻는 양이 적어 많은 노력이 들긴 하지만, 천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색이 빠지지 않고 벌레 등이 붙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쪽으로 만든 옷이나 이불 등은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부스럼이나 상처를 낫게 해준다고 하니 이보다 더 이로울 수가 없다.

누구나 부담 없이 좋아할 수 있는 하늘과 바다의 빛. 쪽물의 푸른빛은 수천 년의 역사 속에서 그 흔적을 확인 할 수 있다. 연한 하늘색에서 진한 남색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쪽빛을 만드는 쪽염색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이자 지혜의 상징이다.

천년의 빛을 이어온 나주시민들이 자랑스럽다.

(재)나주시천연염색문화재단 관장 장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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