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친아 이야기
                                                                                  논설위원 김노금

내 나름으로는 자식들 하는 일이나 성적 같은 부분들에 대해서 결코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등의 행동 보다는, 탈 없이 잘 자라 주고 전공을 살려 하고 싶은 일 열심히 하는 것에 감사해 왔다. 또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칭찬과 격려로 그렇게 길러 왔다고 자부했는데 자식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안 그런 것 같으면서도 너무 욕심이 많은 엄마라며 엄마 주변에는 왜 그리 모범생 자녀들만 있고 공부도 취직도 결혼도 다들 그리 잘하는지 모르겠다며 속상해하는 딸 아이 때문에 마음이 많이 불편하다.

혼기에 접어든 딸아이의 데이트 상대에 대해 몇 마디 엄마의 입장을 말한다는 것이 꽤 마음을 상하게 한 것 같기는 하지만 돈이나 직장이나 학벌은 양보해 줄 수 있으나 평생 함께 가야할 종교 부분만은 양보 못한다는 이야기였는데 딸아이는 이것저것 여러 가지 방향으로 생각을 비약 시킨 것 같다.

▲ 논설위원 김노금

사회의 전반적인 풍조를 빗대어 하는 말들은 그 때 그때 마다 반짝 등장 하여 당시의 시대 상황을 풍자하며 사라지곤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 꽤 오랫동안 사라지지 않고 생명력을 유지하는 말 중 엄친아 라는 말이 있다. 엄마 친구 아들이라는 말을 줄인 엄친아는 앞으로도 줄기찬 생명력을 가지고 우리 삶 속에 자리 잡을 것 같다.

“엄마 친구 아들은…”이라는 말은 자식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나 자식의 성과물이 양에 차지 않을 때 대다수의 엄마들이 입버릇처럼 되 내이는 말이다.

공부와 모범적인 성격과 모든 능력 등 모든 엄마들이 소망하는 그러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이 엄친아·엄친 딸들이 엄마의 입을 통해 자식들 앞에 내뱉어져 비수로 꽂힐 때 보통의 자식들은 할 말을 잃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어디 자식들 만에 속한 문제이겠는가?

이제 부친남이라는 유행어도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돈 많이 벌어오고 아내에게는 지극히 자상하면서도 모든 면에 능력 있는 부인 친구의 남편을 일컫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남편 중 누구와 비교 당하는 것만큼 자존심 상하는 일이 또 있을까?
하지만 옆집 자식들과 옆집 부인의 남편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보통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끊임없이 누군가와 비교 당하며 살고 있다. 이런 유행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늘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살고 있다. 내 자식 혹은 내 남편이 다른 이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불안 정서에 늘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엄친아의 이면에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비교의식 심리를 어렵지 않게 간파할 수 있다. 엄친아들은 어떻게 그리도 실력이 좋고, 좋은 대학에 좋은 직장에 취직하고 예의 바른 모범생들일까? 다들 일류 대학생들이며 거기다 졸업 후에는 좋은 가문에 부자에 결혼까지 번듯하게 잘하는 것인지…

이웃집 누구 자식은… 내 친구 누구 아들이… 그렇게도 잘들 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 사람 절반이상이 엄친아, 엄친딸, 부친남이어야 하는데 현실세계에는 이런 이들이 결코 많지 않다. 그것은 엄마들의 허영과 경쟁 심리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이다. 지금 엄친아 때문에 괜히 주눅 들고 스트레스 받고 있는 우리 모두가 직시 할 일이 있다. 그것은 현실성이 떨어진 압박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결코 자신의 존재감이나 행복은 없다는 사실이다. 이 땅의 평범한 아들?딸들도 다른 이들에겐 아니 엄마친구 집에서는 모두 엄친아로 불리고 있을는지 누가 아는가? 우리는 석수장이 교훈을 잘 알고 있다.

자기 자신의 삶에 늘 불만이던 석수장이가 돌 쪼는 일을 하던 중 임금의 행차를 부러워하다 순간 임금이 되고, 태양이 되고, 구름이 되며 다시 바람이 되었다가 강한 바람이 되어서 세상의 모든 것을 날려 버릴 수 있었으나 바위만은 꿈쩍도 하지 않아 다시 바위를 부러워하는 순간 바위로 변했고 천하의 바람까지 이긴 바위가 된 순간,  그 다음 날 석수장이가 와서 바위를 쪼기 시작하자 몹시 아파 “내가 저 사람이라면 좋을 텐데…”하는 순간 석수장이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초등학교 시절에 배운 이야기이다.

남과의 비교의식 속에는 결코 행복이 없다. 내가 부러워하는 그 사람에게 물어보라, 그는 또 나와 똑같이 다른 사람을 쳐다보며 그 사람처럼 되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아쉬워하고 있을 것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를 비교하며 으스대고 잘난 척하며 살아간다. 돈이나 권력이나 지식이나 명예를 얼마나 더 누리고 사느냐를 자랑하면서 남에게 과시하는 맛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행복이 꼭 그러한 소유에만 있는 것일까?

가질 만큼 가지고 누릴만큼 누리면서 살던 사람이 자살을 하고 우울증에 걸리고 열등감에 빠지고 더 소유하려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을 우리는 수도 없이 봐온 터이다.

행복은 소유의 비교가 아닌 나의 존재의 확인에 있다. 오늘 누군가의 아내, 내 자식의 엄마요, 남편이요, 아빠가 되고 있다는 그 사실에 감사하며 살기에도 세상은 충분히 살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