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사회의 금기, 사회주의에 대한 대중적 접근

과학자, 영화감독, 화가, 배우, 시인, 철학자 등의 직업을 가진,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친숙한, 무엇보다 사회주의와는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입을 통해 그들이 왜 사회주의의 가치를 지지하는지 이야기를 들어 보면, 서로 다른 다양한 결속에서도 공통적인 것을 발견할 수가 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자본주의 체계가 만들어내는 비인간적인 결과에 대한 분노와 고발이다. 인간이 아닌 자본이 주인처럼 작동하는 체제가 아니라, 그 반대의 경우를 꿈꾸거나 주장한다. 때론 그것을 실천하기도 한다.

노동이 즐거운 체제, 예술과 노동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사회를 사회주의라고 믿어서 사회주의자가 됐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노동자들에게는 한 명의 자본가가 되고 만 예술가, 예수는 사회주의자였다고 외치면서도 하느님에 대한 신앙의 끈을 더욱 꽉 잡아 쥔 목회자,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나쁜 자들을 고르는 것일 뿐이라며 녹색당 후보를 지지한 할리우드 유명 배우,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람 5만 명을 한 곳에 모아 놓고 공연을 가진 좌파 로커, 그림은 아파트 장식품이 아니라 무기라고 선언했던 화가.

이 책은 이런 사람들에 대한 간단한 기록이다. 이들을 통해 무엇인지 모르지만 나쁜 것, 알 필요도 없는 볼온한 것이라고 ‘매도’ 당한 사회주의가 그 오해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중략-

이 책은 우리 모두 사회주의자가 되자고 주장하는 ‘전도서’가 아니다. 다만 이 책에서 소개된 인물들과의 교감 속에서 우리가 사회주의와 한 치 정도라도 친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사회주의와 친해지는 사람이 많아지면 자본주의도 지금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모습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머리말 중에서

이 책에 소개된 30명의 인물들은 그 명성과 업적에 비해 진보적 경력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애써 축소된 경우가 더 많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올라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이들은 정치인도 혁명가도 아니지만 스스로 옳다고 믿는 사회주의자의 길을 묵묵히 걸었고 교과서와 위인전은 이런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이 책 《세계의 사회주의자들》은 진보적 인터넷 신문 〈레디앙〉에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연재물로서, 이 책에 실린 글은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주간 〈진보정치〉에 연재된 ‘세계의 사회주의자’ 시리즈를 개정·보완하고 새로운 인물을 추가하여 만들어졌다.

책에 소개된 서른 명 중에는 사회주의자, 비판적 지식인, 좌파 활동가로서의 이력이 어느 정도 알려진 사람도 있지만, 그들이 남긴 업적과 명성에 비해 진보적 경력은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 중에는 엄밀한 의미에서 사회주의자라고 부를만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한때 마르크스주의자였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뜻을 접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하는 일은 달라도 생산에서의 소외와 정의롭지 않은 분배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폐해를 극복하는 대 관심을 기울인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안락한 지위와 명예를 과감히 박차고 고통 받고 힘없는 사람의 편에 서고자 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공통점은 바로 자본주의 체제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노벨상이나 훈장, 각종 권위 있는 상을 받거나 높은 지위에 오르고 명성을 얻는 등 어찌 보면 기득권에 쉽사리 편입되어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삶들이었지만 자신 개인이 아닌 보편적 인류의 문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 안았다. 이론으로, 노래로, 그림과 영화로, 때로는 행동으로 자본이 아니라 인간이 사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이 책은 서문에서도 밝혔듯이 ‘사회주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대신에 ‘누가 사회주의자인가’란 접근을 통해 무엇인지도 모르지만 나쁜 것, 알 필요도 없는 불온한 것이라고 매도당한 사회주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하고 위대한 사람들의 감추어진 정치적 삶을 생생히 전달함으로서 사회주의자란 이름에 덧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시원하게 해소해 주고 있어 뜻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