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경우 길게는 200년 짧게는 50년의 역사를 갖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1949년 자치 법 제정이후 61년 5.16 구테타로 중지하고 30년 만에 91년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95년 이후 단체장도 직선으로 선출하는 전면 자치를 실시했다.

따라서 우리의 지방자치는 일천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의 지방자치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노출하면서 지방자치의 근원적인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 이재태 팀장

그러나 주민의 삶을 주민 스스로가 책임지는 지방자치는 인류가 채택한 정치체제 중에 가장 보편타당한 가치임을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치를 키워가기 위해 우리의 지방자치는 아직도 많은 법과 제도의 개선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 스스로의 사명감정립과 주민들의 참여의식의 확산이 요구되고 있다.

지자체의 지방자치권은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 자치조직권과 자치재정권 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 중 장래의 바람직한 지방자치의 정착을 위해 자치입법권 즉, 조례제정권이 강화는 대단히 시급한 과제다.

우리의 현실은 지자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도록 하고, 관할구역의 자치사무와 법령에 의하여 지자체에 속하는 사무를 처리하도록 규정하는 등 자치법규의 명칭에 걸맞지 않게 국회의 입법권에 광범위한 통제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사무에 대한 위임조항을 둔 것은 지자체장을 아직도 국가의 일선 하부행정기관으로 보는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대부분의 사무가 국가의 후견적 감독하에 지자체에서 수행되고 있고, 이러한 배경 하에서는 조례 제정범위가 협소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를 단순한 집행기관이 아니라 정치·정책기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입법권을 나눠 갖도록 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현행 법체계상 지방의회가 만드는 조례는 법령의 하위법규로 규정돼 있다. 때문에 일선 지자체에서는 "지역적 특색과 입법 수요를 반영하는 조례를 만들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의 조례제정권은 그것이 지방자치의 사무에 관한 것을 규정하는 한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것이지, 법령의 개별적 위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법령의 범위안”이라 함은 조례가 반드시 법령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고 법령에 위반ㆍ저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뜻이다.

대법원도 그 판례를 통해 “국가의 입법 미비를 들어 자주적인 조례제정권의 행사를 막을 수 없다” 판시하고 있다.

법령의 위임이 필요한 조례제정이라면 구태여 선거를 통하여 지방의원을 선거하여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헌법적 절차가 필요하겠는가?

미국의 경우 주정부의 자치입법권을 광범위하게 보장하고 있다. 일본도 자치입법권을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적어도 관할 구역 내에서는 조례가 법률에 준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지 못하면 그 것은 자치가 아니고 결국에는 타치로 가야하는데 이는 지방자치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결과를 만들어 낼 뿐이다.

지방자치의 본질은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사적인 결정에는 결정한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하듯이 공적인 결정에도 책임이 동반된다. 외부의 타율적인 힘에 의해 결정되고 그 결과도 타자에 의해 결정된다면 이미 지방자치는 없는 것이 되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자기책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내의 내부적ㆍ자율적 통제장치를 통하여 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가장 우선시되는 과제이다.

자체 조례 제정권의 범위 확대는 지방분권과 자치발전의 시금석이다.

자율적인 통제기능에 있어 제도적인 책임성 확보방안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지방자치를 책임지고 있는 주체들의 적극적이고 자주적인 책임성이 선행되어야 할 듯싶다.

그것이 곧 지방분권이고, 지방자치를 성숙시키는 지름길이다.

이재태(나주시 비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