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사이트에서 1,100만회의 누적 조회수를 기록한 작품

“‘법정에 청각장애인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 찼다’는 기사를 읽고 나서 운명처럼 이 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도가니》의 작가 공지영이 지난달 8월28일 이 책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피해학생, 청각장애인 그리고 독자들과 만나 한 말이다.

이날 저녁 청각장애인을 돕는 광주 홀더지역아동센터가 광주KBS 공개홀에서 주최한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한 공지영은 “법원이 인화학교 사건 피의자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순간을 묘사한 기사를 보면서 내 귀에도 청각장애인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것 같았다”고 이 책의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으로 삶과 죽음, 죄와 벌, 선과 악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했던 작가 공지영. 그가 이번에는 《도가니》라는 작품으로 가상의 지방도시인 무진시의 한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행 사건을 중심으로 일상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이면을 파헤쳤다.

이 소설은 지난 2005년 TV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장애학교인 광주의 인화학교에서 자행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취재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다. 작가는 현장에서 오랜 기간 취재하고 자료를 수집한 뒤 집필에 임했다고 밝히고 있다. 작품 곳곳에서 묘사된 폭력과 성폭행 장면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끔찍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종종 가슴을 쓸어  내리고 숨을 고르게 만든다. 하지만 작가는 소설에서 묘사된 사건과 사실은 실제 일어난 것에 비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어 소설보다 현실이 더 상상을 초월했다는 얘기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이 현실에 대해서,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이면에 대해 곰곰이 생각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만큼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과 속도를 지니는 이 소설은 귀먹은 세상을 차갑게 외면한 진실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거짓과 폭력의 도가니 속에서 한줄기 빛처럼 쏘아 올린 용기와 희망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가니》는 포털 사이트 Daum 연재시 누적 조회수가 1,100만을 넘을 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으로서, 약자 중의 약자인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거짓과 맞서 싸우는 보통사람들의 분투와 고민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면서 읽는 내내 눈물과 감동을 선사한다.

이 책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무진시의 청각장애인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게 된 주인공 강인호는 자신이 교사로 일하게 된 학교의 교장, 행정실장 등이 청각장애 아동을 성폭행한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의 선배인 인권센터 간사 서유진과 진실을 파헤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진실을 파헤치려고 하면 할수록 권력의 검은 그림자는 주인공 인호의 개인사만 들춰내고, 이에 상처 입은 인호는 피해자와 이를 밝혀내려는 대책위원회를 뒤로 한 채 무진시를 떠나게 된다. 그리고 폭력의 당사자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평소처럼 권력을 자유롭게 누리며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서평에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도가니’와 무진시(霧津市)는 안개로 뒤덮인 이 세계의 축소판이다. 이 완강한 시스템은 온갖 거짓과 협잡과 폭력이라는 안개를 동원해 치부를 감추고 진실을 질식시키려 한다. 누구나 말할 수는 있다. 거짓과 싸워야 한다고, 진실을 영원히 은폐할 수 없다고, 길을 잃어도 희망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또 누구든지 폭력과 위선 앞에 분노하고, 통한의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온힘을 구해내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놀랍게도 작가 공지영이 이 일을 해 냈다. 약자 중에 약자 장애아들의 편에 서서 광란의 도가니를 뒤엎고 거짓과 시스템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그의 작업이 눈부신 것은 지옥과도 같은 이 세계의 한복판에서 파헤친 진실의 두 손을 높이 치켜세워 만인에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중략- 우리가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믿어온 것들이 퇴보해 가는 이 시대에 《도가니》는 아름답고 준엄한 정신을 새롭게 일깨우는 수작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