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를 수정해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육성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나주혁신도시 건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 계획발표 이후 나주 혁신도시 이전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던 해당 공공기관들은 정부의 혁신도시 백지화나 규모 축소 등 정책 변경을 기대하면서 시간 끌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정부가 세종시와 관계없이 혁신도시는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당초 세종시와 혁신도시는 국가균형발전의 측면에서 함께 추진했던 사항이고 정부부처가 이전하지 않은데 정부산하 공공기관만 지방으로 내려가도록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기 때문에 결국 혁신도시도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이재태 팀장

2012년 12월 나주혁신도시에 입주예정인 이전 공공기관은 한전 등 17개 기관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3개 통폐합기관을 제외한 14개 기관이 정부로부터 지방이전계획 승인을 받았다.하지만 농수산물유통공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관은 부지매입비 등을 확보해 놓고도 청사부지 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 최대기관인 한전의 경우 변전소 부지매입과 청사설계 발주만 들어가는 등 여차하면 발을 뺄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특히 사옥부지 축소, 조성원가 인하, 부지 대금 분할 납부에 따른 할부이자 감면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정부의 눈치를 보며 공공기관들이 이전을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들은 정부가 세종시 조성을 위해 입주기관 및 기업에 파격적인 산업용지공급과 취득·등록세 등 각종 세금의 감·면세라는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혁신도시로 갈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세종시 원안계획에 따르면 3.3㎡ (1평당) 당 세종시의 산업용지 공급가격은 조성원가 227만원. 정부가 세종시 입주기업들에게 산업용지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기로 해 인근 산업단지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방침과 함께, 일부 대기업에는 원형지 개발도 허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산단용지 가격은 40~70만원 사이의 저렴한 조건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세종시를 국가산단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기반시설에 대한 국고지원에다, 기업들의 취득·등록세 면제와 국세와 지방세 면제 등도 검토되고 있다. 이 같은 방안이 구체화된다면 기업들이 비슷한 수준의 인센티브라면 수도권에 가까운 세종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인센티브와 교통, 기반시설 등에서 훨씬 열악한 조건을 가진 지방은 선택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의 경우 조성원가는 평당 149만원 수준으로 정부의 방안대로 세종시의 파격적인 토지분양가가 현실화됐을 때 기업유치는 물론, 공공기관 이전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4대강 사업 낙동강 기공식에서 "세종시 때문에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의 계획이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으나 전혀 그런 일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공언이 허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지역민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혁신도시와 기업도시에 대한 우려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내놓아야 한다.

혁신도시는 공기업이 중심이지만 그걸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공기업을 알맹이로 해서 바깥을 공기업과 연관되는 산학연이 클러스터를 이뤄야 되는 것이다. 공공기관만 오고 민간, 기업들이 온통 세종시로 빨려 들어간다면 혁신도시는 빈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다.

혁신도시가 자족기능을 갖춘 지역거점도시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는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며, 대통령이 공언한 만큼 부지매입비를 기 확보한 이전기관들은 연내 부지매입을 즉각 완료하여 정부의지에 대한 신뢰성을 보여주는 것이 시급하다.

혁신도시는 지방 살리기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교육문화도시, 광주전남의 상생발전을 견인하는 성장거점도시, 나주시민의 행복과 희망의 크기를 키우는 꿈의 도시를 지켜내야 한다. 나주시민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이뤄낸 혁신도시가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노력과 요구가 필요한 시기다.

이재태(나주시 비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