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소 연구교수 박 종 오

예를 들어서 꿈에 신을 잃어분다든지, 멀리가지 말라는 것이거든, 옷을 누가 싸우어서 옷이 찢어졌다든지, 근디 누구하고 쌈을 해서 칼로 피를 흘렸다든지, 그란디 어디가 터져서 피가 흘린 것은 좋은 거여. (조사자 : 피를 흘린 것은 좋은 거에요?) 엉- 그란디 뭐를 잃어버린 것은 안좋은 거여. 뭐를 잊어버린 것은. 아따 기분이 나쁘다 그란 것은 아주 나쁜 꿈이여. (조사자 : 그럼 출어를 안하시나요?) 그라제. 가도 아조 찜짓찜짓하고, 그런 날은 별 재미를 못 봐.
김○식, 남, 80세.

또한 고기가 물지 않고 흉어(凶漁)가 지속될 경우 배에 부정이 걸렸다 하여 굿을 해주는데, 이를 “배가 틀어졌다”고 말한다. 이러한 것은 예견되는 부정을 완화시키거나 해소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인데, 일종의 합리화라 할 수 있다. 즉 좋지 않는 꿈을 꾸거나 흉어가 지속될 경우 배에 부정한 요소가 끼어 있다고 믿는 것이며 이를 해소할 목적으로 간단한 제를 올리거나 술을 부어주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경우 이를 ‘부정쓸기’라 하여 짚단이나 관솔에 불을 붙여 배의 이물 좌우에 서서 불의 배의 갑판에 문지르거나, 혹은 선주나 선장에게 물을 뒤집어 씌워 부정을 씻어내기도 한다. 이는 물과 불이 갖는 정화력(淨化力)을 믿기 때문이다.

3. 어로신앙의 변화 요인

흑산도 지역에서 홍어잡이와 관련된 의례들 가운데 공동체 신앙은 이미 단절되었고, 개인적 고사류만이 잔존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다물도에서 행했던 당산제는 1970년대 후반에 중단되었는데, 이는 인근 흑산도에서 행했던 당산제가 1970년대를 전후해 급격히 약화된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흑산도의 대표적인 당제라 할 수 있는 진리 당제 또한 궐제(闕祭) 하는 일이 많아져 그 전승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별신제 성격을 지닌 다물도의 당산제가 1970년대 후반에 단절된 원인 중의 하나로 홍어잡이의 중단을 들 수 있다.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흑산군도의 홍어잡이는 1970년대 초까지 다물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이 때 홍어잡이에 이용된 어구(漁具)는 미끼를 사용한 주낙이었다. 그러나 1970년대 초에 정부의 단속에 의해 강달어나 새우 등 미끼감을 잡는 소형기선 저인망식 어로법(일명:고데구리)이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미끼감을 구하지 못해 홍어잡이가 잠시 중단된다. 그러던 중에 1975년을 기점으로 대청도에 살던 사람들이 흑산도로 들어와 다시 홍어잡이를 시작하는데, 이 때 이들이 가지고 온 어구가 ‘걸낙’이라고 하는 것이다.

현재 홍어잡이에 이용되는 ‘걸낙’은 한 고리(한 광주리)에 85m 정도의 길이인데, 이곳에 미늘이 없는 맨 바늘이 약 15cm 간격으로 450여 개가 달린다. 때문에 바닥을 지나가던 홍어가 이 바늘에 걸리게 되면 몸부림을 치다가 옆에 바늘에 걸려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대청도에서는 1969∼70년 경부터 걸낙을 홍어잡이에 사용하였다고 하며, 원래는 북한에서 노랑가오리를 잡는 어구였다고 한다. 대청도 사람들이 흑산도에서 걸낙을 이용해 홍어잡이를 하자 다물도 사람들도 이를 시도해보지만, 가지고 있던 배는 소형(小型)이고, 어구를 자주 잃어버리자 곧 포기하였다. 이렇게 하여 다물도에서의 홍어잡이는 끝나게 된다.

홍어잡이의 쇠퇴와 맞물려 흑산도 파시의 쇠락도 눈여겨 볼만하다. 흑산도 파시의 형성은 3회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제1기는 1월부터 4월에 걸친 중선(中船)파시와 2월에서 5월에 이르는 포경(捕鯨)파시로 구분되며 중선파시는 조기파시, 포경파시는 고래파시라고도 한다. 제2기는 6월부터 10월까지 지속되는 건착(巾着)파시로 주어종은 가라지와 고등어 등으로 고등어파시라고도 한다. 제3기는 10월부터 12월로 중선파시이다. 이러한 흑산도 파시는 딱히 시기를 정할 수는 없지만 1960년대 후반이면 이미 쇠락하게 된다.

이처럼 흑산도의 파시의 중단과 함께 다물도에서 홍어잡이의 중단은 흑산도 지역의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물도의 당산제에 들어가는 경비는 마을 공동기금으로 마련된 것인데, 제물 장만 비용과 당골들에 대한 수고비 지출 등은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흑산도가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배들이 많은 반면 다물도는 현지인들이 소유한 배들이 많았는데, 이는 조기파시가 쇠락한 이후에도 상당부분 마을의 공동기금에 대해 지원이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물도에서 홍어잡이가 중단되면서 경제적인 부분 등이 맞물려 다물도의 당산제도 중단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다물도의 공동체 신앙이 홍어잡이의 중단 등과 관련되어진 경제적인 면이 주요인이라면 개인적인 의례의 중단은 어선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고 보여진다.

바다의 생활이라고 하는 것은 육지에 비해 불안정할 수밖에 없어 자연히 어민의 생명을 신의 의지에 맡기지 않을 수 없게 되며 이로 인해 자연히 개인적인 의례가 지속적으로 수행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감이 일정 정도 해소되면 신에 대한 의존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사자 : 그러면 선장님 서낭은 모시세요?) 서낭도 없어요. 요새 뭔 장비 있고, 이런 시상에 뭔 서낭이 필요하고 그라요? (조사자 : 이런 거 안하신 건 언제부터세요? 아버님 때는 하셨죠?) 당연히 했지요. 제 입김이 많이 못 들어가니까 했죠. ……예전에는 엔진 고장 잘 나고, 통신시설 발달 안되고. 글다보니까 잘 되믄은 귀신이 도와주고 못 되도 귀신이 뭐한 거고. 그래서 다 뭐 한거죠. 요즘은 뭐 사람 머리로 다 하는거. 전화 다 되고, 배도 현대화 되고, 커지고. 예전에는 통통배 타고 다니면서 파도치면 거 위험해서 사고 많이 나고. 그래서, 그래서 뭐 그렇게 뭐했죠. 미신을. (조사자 : 요즘은 다 FRP선이죠?) 그렇죠. 엔진 첫째 좋고 요즘은, 고장 없고.
이○수, 남, 45세. 홍도 출생. 한성호 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