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마저 무소유였던 스님 이야기!!”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 드린다. 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하여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려야겠다. 일체의 번거로운 장례의식은 행하지 말고 관과 수의를 마련하지 말라. 화환과 부의금음 받지 말라. 삼일장 하지 말고 지체 없이 화장하라. 평소의 승복을 입은 상태로 다비하고 사리를 찾지 말고, 탑도, 비도 세우지 말라.”-소설 중에서

특유의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성철 스님 등 고승들의 행적을 소설로 펴냈던 작가 정찬주가 법정 스님의 일대기를 소설화한 《소설 무소유》를 펴냈다.

일각에서는 법정 스님이 여러 권의 뛰어난 책을 남긴 ‘문인’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법정 스님이 엄청난 법력을 지녀 만물의 흐름까지도 죄지우지하는 ‘생불’로 불리기도 한다. 물론 양쪽의 이야기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등대지기를 꿈꾸었던 청년 박재철이 어떻게 해서 큰스님이라 불리는 법정이 되었는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차분하게 좇고 있다.

작가 정찬주는 이 소설에서 법정 스님이 태어나 출가하고, 수행하고, 입적하기까지의 모든 행적을 섬세하면서도 담백한 문체로 곳곳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해남 땅끝마을 가난한 시골 소년이 탐욕과 무지의 세속을 벗어나 무아와 무소유의 삶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스님의 따스한 마음과 무소의 뿔처럼 살아오신 수행의 여정을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만나볼 수 있다. 법정 스님의 늘 깨어있는 삶과, 맑은 가난의 행복함과, 소박함의 가치가 전편에 걸쳐 가득히 담겨 있다.

법정 스님으로부터 세상에 물들지 말라‘는 뜻을 가진 ’무염(無染)‘이라는 법명을 받은 제자이기도 한 그가 아니면 그려낼 수 없는 내용들이라는 평이다.

정찬주는 1980년대 샘터사에서 근무하던 당시, 스님의 책을 만들면서 맺은 인연으로 재가제자(在家弟子)가 됐고 이후 스님을 찾아뵐 때마다 들은 말씀을 꼼꼼히 기록해 왔다고 한다. 이 소설은 시중에 나온 여러 법정 관련 전기들과는 달리, 법정 스님을 모셨던 맏상좌 덕조, 현재 길상사 주지와 맑고 향기롭게 이사장 대행을 맡고 있는 덕현, 스님의 속가 조카인 현장 스님이 감수하고 공인한 유일한 소설이다. 그만큼 내용과 깊이에서 뚜렷한 차이를 둔 소설인 셈이다. 따라서 정찬주의 《소설 무소유》는 계통과 적법성 시비에서 자유로움을 획득하는 동시에 법정이라는 실존인물을 다룬 전기소설로서 하나의 정전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소설에는 불일암을 찾는 손님들의 공양을 준비하느라 고단해진 시자를 위해 “음 맛나 맛나 사바하. 음 맛나 맛나 사바하”라는 우스개 진언을 알려준 이야기 등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일화도 녹아 있다. 특히 저자는 “스님이 주로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아침 시간에 조조로 영화를 즐겨 보셨는데 언젠가 ‘서편제’를 함께 보시며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그렇게 우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어머니와 누이에 대한 마음의 빛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네 살 때 폐병으로 아버지를 잃으셨던 스님은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다른 남자에게서 여동생을 낳아오자 충격을 받으셨습니다. 스님은 여동생을 낳기 이전의 어머니만 인정했는데 입적하시기 전까지 그때 일을 미안해 하셨던 것 같아요”라고 했다.

저자는 “언젠가 스님의 말씀을 글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 지그시 웃어주셨던 데서 용기를 얻어 책을 썼다”며 이 책이 “‘베푼다’는 말을 싫어하시고 ‘나눈다’는 말을 좋아하셨던, ‘나도 없는데 하물며 내 것이 있겠느냐’고 하셨던 스님의 무소유 철학이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상사 주지 덕현 스님은 추천의 글에서 “작가 정찬주의 이 『소설 무소유』는 과장이나 왜곡 혹은, 소설적 상상력으로 섣부른 감동을 겨냥하지 않은 전기소설의 실증적 리얼리즘과, 스승의 고원한 영혼의 비상을 따라 오르는 진실한 자기수행의 가파른 노력이 절묘하게 결합된 그 결실이다” 라며 이 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