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학교 문화인류학전공 조교수 박 정 석

1) 영산포와 홍어

영산포는 1897년 목포가 개항되기 이전부터 장삿배들이 드나들던 요충지였다. 18~19세기에 영산포는 곡물을 실어 나르던 주요 포구로서 서울과 경상도 그리고 전라도의 진도, 흑산도 등지와 거래를 하던 곳이었다. 19세기말부터 일본인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었을 정도로 지리적으로 물류의 거점이자 상거래의 중심지였다. 지금의 영산포는 목포가 개항되고 일본인 미곡상들이 등장하면서 발달한 곳이었다.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운송망과 인구증가로 인하여 영산포는 서해안 지역에서 생산한 어물과 소금 등 수산물의 주요 거래처이자 소비처로 부각되었다.

이처럼 육지에서 도로 및 기차로 이어지는 교통망이 발달되기 전까지 영산강은 물류의 중요 통로였으며, 영산포를 통해 육지에서 생산한 것들이 다른 지역으로 실려 나가고 바다에서 잡은 생선들이 영산포를 거쳐 인근 시장으로 운송되었다. 1913년 목포-송정리간 철도가 개통되어 기차를 이용한 물류수송이 활성화되면서 영산포를 기점으로 하던 화물선이 왕래를 멈추자 물류기지로서 영산포의 기능이 점차 축소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1976년 영산강 하구의 방조제 공사로 영산강 뱃길이 막히기 전까지 영산포는 내륙으로 이어지는 수륙운송의 기착지 역할을 하였다.

영산포에서 홍어는 '삭힌 홍어' 즉, 속성홍어로 대변된다. 『자산어보』에도 “나주(羅州)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즐겨 썩힌 홍어를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嗜好)가 다르다”고 하면서 나주와 썩힌 홍어를 연관시키고 있다. 1970년대 영산강 하구언 공사로 영산강이 막히기 전까지 흑산도 홍어는 물론 대청도 근해에서 잡힌 홍어의 종착지는 영산포였다. ‘영산포’라는 지명 역시 지금의 흑산도 인근 영산도에서 고려 말 왜구의 침입을 피해 이주한 사람들이 정착한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영산강의 뱃길 종착 포구인 영산포까지 운반된 홍어는 포획되어 운반되는 동안 일부는 숙성되어 영산포에서 하역할 무렵에는 이미 날것이 아니라 삭힌 것이 되기가 일쑤였다고 한다.

흑산도에서 홍어배들이 들어오면 그것 객주도 보고… 대경호라고 그것이 한 20톤짜리, 15톤이나 될까? 상고선인데 그 배들이 여까지 들어왔어. 그라믄 여기서 통에다 넣기도 하고 또 옹기그릇이 있거던. 그릇 같은 것이 있으면 거기에다 담아가지고 숙성을 해. 그 배들이 여기까지 오면 한 보름 정도나 걸릴거요. 그 뭐냐 풍선배들이 한 보름되고. 저 기계로 발동하는 것은 한 일주일 걸린다 그랬죠. 상당히 걸렸는디 그 안에서 홍어가 숙성이 돼. 오는 동안에. 주로 인자 봄 정도 되아야 홍어들이 많이 들어오고 겨울에는 적게 들어온 편이에요.
지○일, 남, 72세, 영산포 홍어상인

영산포에 들어오는 홍어는 흑산도뿐만 아니라 황해도 옹진에서 잡은 홍어들도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흑산도에서 들어오는 홍어는 수량이 많지 않았지만, 인천 판장을 거쳐 들어오는 황해도산 홍어는 가끔씩 들어오면서도 그 물량은 많았다고 기억한다. 영산포의 객주들이 인천지역으로 직접 나가서 수매해 오기도 했지만, 물량이 큰 경우에는 영산포의 큰손이였던 이종순씨(작고) 같은 객주에게 곧바로 연결되어 처리되었다고 한다. 판장에서 경매가 끝난 물량은 그 지역의 중매인에게 ‘사시’를 넣어 가격이 맞으면 수수료를 얼마씩 주고 그 물량을 구매해 와서 영산포와 인근 시장을 돌며 소매로 판매하였다.

지금처럼 냉동·냉장 시설이 없었던 시절에 생선을 저장하는 방법은 주로 염장을 하거나 말리는 것이었다. 홍어를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켜 먹는 조리법이 알려지고 그 맛을 본 사람들이 다시 찾게 되면서 ‘삭힌’ 홍어 요리가 유래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싱싱한 해산물을 선호하는 연안지역 혹은 항구에서는 오래되거나 ‘썩은’ 홍어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홍어배들은 숙성된 홍어에 대한 수요가 있는 영산포를 기착지 삼아 홍어를 대량으로 싣고 들어와 판매를 하였다. 인천을 통해서 들어오는 홍어는 기차와 차량으로 광주 송정리로 집결된 다음 영산포, 영암, 장흥, 해남, 남평, 화순 등지로 장날에 맞추어 소매하는 방식으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홍어는 전통적으로 추운 겨울에는 두엄 속에 넣어 ‘썩히고’, 봄철에는 항아리에 짚을 넣고 그 위에 홍어를 놓고 다시 짚을 넣어 ‘삭혀서’ 먹었다고 일컬어진다. 삭힌 홍어는 항균 항암 효과가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영산포는 삭힌 홍어의 본고장이라는 점을 내세워 홍어와 관련된 지역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나아가 삭힌 홍어는 건강에도 좋다는 문화적 인식을 강조하면서 그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있다. 삭힌 홍어를 즐겨먹는 지역은 목포, 무안, 영암, 함평, 나주, 화순, 광주 등으로 영산강 인근이다.

음식으로서의 홍어는 ‘풍부한 상징적 순응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홍어의 생산지와 맛, 색상 혹은 냄새와 같은 주요 성질을 토대로 그 의미가 달리 부여된다. 영산포에서 홍어는 ‘삭힌 홍어’의 맛과 냄새로 그 변별성을 부여받는다. 숙성홍어는 ‘맛의 혁명’, ‘삭힘의 미학’, ‘발효가 탄생시킨 바다의 귀물’ 등으로 일컬어진다. 즉, 숙성홍어는 그냥 생선이 아니라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특별한 음식으로 간주되며 일종의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포장된다.

2) 홍어의 상품화와 삭힌 홍어

1980년대부터 국내산 홍어가 줄어들자 중국산 홍어가 밀수입되었다. 그러다가 중국산마저 들어오지 않게 되면서 국내산 홍어가격이 폭등하였다. 수입산 홍어가 들어오면서 값싼 홍어를 일반인들도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수입산 홍어는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 수입된 홍어는 1차 업자들이 컨테이너 단위로 계약하고 다시 중간 상인들이 50짝~100짝 정도를 구입하여 자신들의 냉장창고에서 보관하였다가 해동시켜 손질하여 숙성시킨다. 해동시키는데는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3일 정도 걸린다. 해동시킨 홍어를 통에다 넣고 숙성시킨다.